보령중앙연구소 연구원이 개발 중인 표적항암제를 관찰하고 있는 모습. 보령제약은 최근 항암제 분야에서 각광받는 표적항암제와 면역항암제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 세계 제약업계의 최대 화두는 '면역항암제' 개발이다. 면역항암제는 몸속에 있는 면역 세포를 이용하기 때문에 기존 항암제와 달리 독성 부작용 우려가 없고 치료 효과도 뛰어나 암 치료제 시장 판도를 바꿀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글로벌 제약 기업들도 앞다퉈 면역항암제 개발에 나서고 있다.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이 면역항암제의 원리를 밝힌 2명의 과학자에게 돌아가면서 관련 시장은 더욱 활기를 띨 전망이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전 세계 면역항암제 시장은 2015년 41조원에서 2020년 140조원으로 커질 전망이다.

국내에서는 보령제약이 면역항암제 개발에서 빠르게 성과를 내고 있다. 2016년 바이오벤처 바이젠셀을 인수해 설립한 자(子)회사 '보령바이젠셀'은 올해 자체 개발 중인 면역항암제 'VT-EBV-201(개발명)'의 임상 2상 시험을 시작했다. 이 약물은 암세포 표면에 결합하는 T세포(면역 세포)를 골라내 배양한 뒤 환자 몸에 투여해 암을 치료하는 세포 치료제다. 바이젠셀은 2021년 임상 2상을 완료한 뒤 2022년 조건부 허가를 받아 출시하는 것이 목표다. 최근에는 암세포를 효율적으로 찾아가는 면역 세포를 실험실에서 배양하는 연구에도 성공했다.

바이젠셀, 면역항암제 개발 빨라져

바이젠셀이 개발 중인 면역항암제는 환자 자신의 면역 체계를 이용해 암세포만 골라 죽이기 때문에 부작용이 없다. 일부 세포는 일종의 기억세포로 환자의 몸에 남아서 재발을 방지해 생존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바이젠셀의 핵심 기술은 환자 혈액에서 T세포를 분리해 특정 항원만을 인식하는 세포독성 T세포(CTL)로 분화·배양시키고 표적 항원에 따라 다양한 면역세포를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이다. CTL은 종양 세포만을 특이적으로 인식하고 제거하는 세포를 말한다. 보령바이젠셀은 이미 여러 표적 항원을 대상으로 CTL 생산에 성공했다.

안전성과 유효성도 확인됐다. 보령제약이 지난 2015년 미국 유전자세포치료학회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NK·T세포 림프종 환자 11명에게 VT-EBV-201을 투여한 결과, 11명의 환자가 모두 생존하고 5년 생존율이 9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화학합성 암 치료제로 치료했을 때 2년 생존율이 26% 정도에 그쳤다는 점을 감안하면 높은 효능을 가진 것으로 볼 수 있다. NK·T세포 림프종은 희귀난치성 혈액암으로, 2년 이내 재발률이 75%에 이른다. 재발했을 때는 치료법이 없어 상당수가 사망한다.

보령제약은 후속 신약 후보 물질로 단일 항원이 아닌 다수 항원에 결합하는 T세포 치료제를 준비하고 있다. 급성골수성백혈병·뇌종양·폐암 등이 그 대상이다. 바이젠셀 김태규 대표는 "바이젠셀의 T세포 치료제는 환자 자신의 면역 세포를 이용해 부작용이 없고, 일부는 환자의 몸에 계속 남아 암의 재발도 막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내년 韓·美 동시 표적항암제 임상시험

보령제약은 암세포만 효율적으로 공격하는 표적항암제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표적항암제는 전통적인 항암제에 비해 부작용이 적기 때문에 항암 치료 시 환자의 고통을 덜어주고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어 최근 주목받고 있다.

보령제약은 한국화학연구원으로부터 도입한 표적항암제 'BR2002'를 내년부터 미국과 한국에서 동시에 혈액암의 일종인 비호지킨성 림프종 치료제로 임상 1상 시험을 개시할 계획이다.

2020년에는 장기에 생기는 고형암 치료제로도 임상 시험을 확대할 예정이다. BR2002는 암세포의 증식을 유발하는 PI3K 효소와, DNA 손상을 수리하는 DNA-PK 효소 두 가지에 동시에 작용한다. 비호지킨성 림프종 치료제 중 암세포의 주요 성장·조절 인자 두 가지를 동시에 공략하는 것은 BR2002가 유일하다고 회사는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