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테크팀은 2018년 테크놀로지(Technology) 10대 뉴스를 선정했다. 전 세계 기술 진화는 올해도 여전히 구글·애플·페이스북·마이크로소프트·넷플릭스와 같은 미국 테크 기업들이 주도했다. 하지만 중국의 테크 굴기(堀起)와 같은 변수가 등장하고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주도하는 100조원짜리 비전펀드의 파워도 부상하면서 다극화된 테크 시장의 모습도 뚜렷해졌다. 그럼에도 테크팀의 2018년 픽(Pick) 1번은 '반도체 코리아'였다. 반도체라는 한 품목은 한 해 동안 무려 60조원 이상의 수익을 국내에 가져오는 엄청난 힘을 보여줬다. '전무후무(前無後無)'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다.

1. 글로벌 반도체 초호황… 반도체 코리아 전성기

한국 반도체의 역대 최고 전성기(全盛期)였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력 제품인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은 2년 전에 비해 각각 200%와 55% 가까이 폭등했다. 실적은 고공행진했다. 두 회사의 매출을 합치면 128조원이 예상된다. 엄청난 대목은 63조원으로 예상되는 영업이익이다. 전 세계 어느 테크 기업도 근접하지 못할 40% 후반대의 영업이익률이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는 나란히 세계 반도체 1·3위를 기록했다. 2018년 한 해는 반도체가 한국 경제를 먹여 살렸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안타깝지만 이런 초호황은 조만간 꺾일 조짐이다. 시장조사업체들은 내년에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 규모가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2. 통신3社, 5G 전파 송출… 내년 3월 전면 상용화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가 이달 1일 5G(5세대 이동통신) 전파를 송출했다. 5G는 현재 쓰이고 있는 LTE(4세대 이동통신)보다 20배 이상 빠른 통신 서비스다. 스마트폰에서 동영상을 볼 수 있는 LTE의 속도 혁명이 일어난 지 5~6년 만에 다시 한번 새로운 통신 시대가 등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5G 전파를 송출했다고 당장 생활이 바뀌지는 않는다. 현재는 일반인이 아닌 기업을 상대로만 5G 서비스를 제공한다. 일반인을 상대로 한 진짜 상용화는 내년 3월로 예정됐다.

3. 美서 자율주행 택시 등장, 한국은 여전히 규제로 제동

자율주행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구글의 자율주행차 계열사인 웨이모(Waymo)가 이달 5일(현지 시각) 미국 애리조나주(州) 피닉스에서 세계 최초로 자율주행 택시 서비스를 시작했다. 택시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운행한다. 미국 차량공유업체 우버와 자동차회사 GM도 조만간 자율주행 택시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규제 탓에 자율주행차는커녕 차량 공유 서비스나 카풀 서비스도 제대로 안착하지 못하고 있다.

4. 美·中 치열한 무역분쟁 속 테크 굴기에 가해지는 압박

미국과 중국이 보복관세를 주고받으며 벌인 치열한 무역 전쟁에서 세계 최대 통신장비 업체인 중국 화웨이가 최대 이슈로 떠올랐다. 미국 정부는 화웨이의 고속 성장 배경에는 중국 정부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또 화웨이 통신 장비가 민감한 정보를 중국으로 유출하는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달 독일·일본 등 동맹국에 화웨이 통신 장비 사용을 금지해달라고 요청했고 지난 1일엔 화웨이 런정페이 창업자의 딸이자 최고재무책임자(CFO)인 멍완저우를 이란 제재 위반 혐의로 캐나다에서 체포하기도 했다. 화웨이 수뇌부를 직접 겨냥한 가장 높은 수위의 압박이다. 앞서 미국은 지난 4월 중국 통신장비업체인 ZTE의 미국 내 통신 장비 판매를 금지했다. 대북·대이란 제재 위반 혐의였다. ZTE는 벌금 17억달러(약 1조9000억원)를 납부하고 경영진·이사회를 교체하면서 판매 금지 제재에서 겨우 풀려났다. 그러나 이 기간 ZTE 주가는 반 토막이 났다.

5. 비트코인으로 세계가 들썩… 1년도 채 안돼 폭락의 길로

지난해 투기 열풍을 불러일으켰던 가상 화폐 시장이 5분의 1토막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대표 가상 화폐 비트코인은 올해 1월만 하더라도 1만~1만5000달러 수준을 유지했다. 하지만 5월부터 내리막을 걷기 시작해 18일 현재 비트코인은 개당 3500달러(약 395만원)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가상 화폐 업계와 주요 외신들은 가상 화폐 폭락이 미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의 규제와 가상 화폐 사기 조사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한다. 미 법무부는 지난달 비트코인 시세를 조작한 혐의로 가상 화폐 거래소 비트피넥스에 대한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한국도 여전히 가상 화폐 발행이 불가능하고 가상 화폐의 법적 지위가 불분명하다.

6. 시총 '1조 달러' 테크 기업

올해 미국 애플·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MS) 등 대표 IT(정보기술) 업체들은 시가총액 '1조 달러(약 1130조원)' 기업 자리를 두고 치열한 레이스를 벌였다.

올해 시총 1조 달러 자리를 처음 차지한 기업은 미국 스마트폰 업체인 애플이었다. 애플은 지난 8월 사상 처음으로 1조달러 고지를 차지했다. 뒤를 이어 아마존도 지난 9월 이를 달성했다.

7. 마침내 나온 폴더블폰… 내년에 일제히 쏟아질 것

차세대 스마트폰인 '폴더블(foldable·화면이 접히는)폰'을 누가 먼저 공개하느냐가 올해 스마트폰 업계의 주요 관심사였다. 삼성전자와 화웨이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사이 창업 6년차의 중국 스타트업 로욜(Royole)이 이 타이틀을 가져갔다. 이 회사는 지난 10월 말 기자간담회를 갖고 세계 최초의 폴더블폰 '플렉스파이(FlexPai)'를 선보였다. 다만 사용성·품질 면에서 혹평을 받아 시장 반응은 크지 않았다.

오히려 삼성전자가 11월 초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공개한 폴더블폰 화면과 사용자환경(UI)에 비상한 관심이 쏠렸다. "마침내 스마트폰 시장에 흥미로운 혁신이 나타났다" "폴더블폰의 미래가 여기 있다"는 외신의 평가도 나왔다. 삼성은 내년 상반기 중 폴더블폰을 출시할 계획이다.

8. 디지털 재해에 경종 울린 클라우드 장애

지난달 22일 클라우드(가상 저장 공간) 서비스를 하고 있는 아마존웹서비스(AWS)가 84분간 장애로 멈춰 주요 데이터를 보관하던 쿠팡, 배달의민족 등 주요 서비스도 함께 마비됐다. 이는 디지털 재앙의 한 단면을 보여줬다. 자율주행차나 스마트시티 같이 모든 사물과 서비스가 인터넷에 연결된 사회에서 통신이 끊겼을 때 기업·정부·공공기관의 모든 업무가 마비되거나 인명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다.

9. 게임 폐지 명령까지 내린 中, 전 세계 게임 업계가 휘청

중국 정부가 올해 9월 온라인 게임에 대한 메가톤급 규제안을 발표하면서 세계 게임 시장에 비상이 걸렸다. 중국은 지난 9월 이후 청소년의 게임 이용 시간을 제한하면서 신작 게임 서비스 허가 건수를 축소한다고 밝혔다. 중국은 4월 이후 신작 게임들도 허가를 내주지 않는 데다, 이달 초엔 기존 게임 9개에 대해서도 '서비스 폐지' 명령까지 내렸다.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 수출하던 전 세계 게임 기업도 타격을 입게 됐다.

한국 전체 게임 수출(3조7000억원)의 37.6%를 차지하는 중국 시장이 막히면서 국내 게임 업계도 타격을 입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3월부터 국산 신작 게임에 대한 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다.

10. 올해 한국 벤처투자액 역대 최대 3조 확실시

올해 우리나라 벤처투자액은 역대 최대를 기록하며 3조원을 돌파할 것이 확실시된다. 1~9월 신규 투자액이 2조5511억원을 기록하며 3분기 만에 역대 최대였던 지난해 연간(2조3803억원) 수치를 넘어섰고, 10월 말까지는 2조2885억원까지 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