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수영·이재혁·소진세 퇴장...BU장 절반 교체 '김교현·이영호'
50대 대표로 젊은 리더 배치...40대 대표도 나와

‘차세대 인재로 미래 위한 재도약 준비’

19일 치뤄진 롯데그룹 정기임원 인사 키워드는 ‘세대교체’다. 신동빈 롯데 회장은 지난 10월 경영에 복귀한 후 ‘실적’ 중심 새 판짜기를 고민해 왔다. 8개월간의 수감생활 동안 그룹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미래 전략을 고심한 것으로 보인다.

신규 선임된 김교현 화학BU장, 이영호 식품BU장

신 회장은 최근 몇년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보복·형제의 난·국정농단 사건 등 끝없는 시련을 겪어왔다. 게다가 그룹의 핵심 축인 유통·식품·서비스 부문이 성장 정체를 겪고 인공지능(AI)·빅데이터 등 혁신기술에 기반한 아마존·알리바바 등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이 치열해 지자 인적 쇄신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은 이날 이사회를 열어 뉴 비전에 맞춘 질적 성장 중심의 성과주의 인사를 단행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글로벌 사업 등을 이끌어 나갈 젊은 리더를 전진에 배치했다.

신 회장은 작년초 그룹 컨트롤타워인 정책본부를 경영혁신실로 바꾸고, 4개 BU(Business Unit) 체제를 만들었다. 유통·화학·서비스·식품 등 각 부문에 수장을 두어 이들이 계열사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신 회장은 이번 인사에서 4명의 BU장 중 절반을 교체하는 파격 인사를 단행했다. 40년 넘게 롯데에 몸담아 왔던 허수영 화학BU장이 물러나고, 이 자리에 김교현 롯데케미칼 대표(61)를 선임했다. 허 부회장은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의 선배로 내년 68세가 된다. 화학부문 실적은 좋았지만 후배들을 위해 용퇴한 것으로 알려졌다.

식품BU장이었던 이재혁 롯데칠성음료 대표(64)도 물러나고, 이 자리에 이영호 롯데푸드 대표(60)가 선임됐다. 식품부문은 올해 실적 악화로 어려움을 겪었다. 부진을 벗어나기 위한 돌파구로 이 대표를 전진에 배치한 것으로 풀이된다.

더불어 소진세 사회공헌위원회 위원장(68)도 자리에서 물러났다. 소 위원장은 1977년 호텔롯데로 입사한 롯데쇼핑 창립멤버다. 롯데그룹 대외협력담당 사장을 담당하는 등 신 회장을 근거리에서 보좌하며 핵심 역할을 해왔다.

고위 경영진의 변동과 함께, 각 사업부문별로 변화와 혁신을 통해 미래 성장에 대비하기 위해 주요 회사들의 대표들도 새롭게 선임됐다. 대부분 50대의 젊은 CEO들이 배치됐다. 40대 대표도 나왔다.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에프알엘코리아 대표이사로 내정된 배우진 상무보는 1971년생으로 올해 47세다. 한국에스티엘 김진엽 대표도 1970년생으로 48세다.

롯데칠성음료 주류BG 대표로는 롯데아사히 대표를 지냈던 김태환 해외부문장(54)이 선임됐다. 롯데렌탈 신임 대표에는 이훈기 오토렌탈본부장이 선임됐다.

롯데면세점 신임 대표로는 이갑 대홍기획 대표가 내정됐다. 이갑 내정자는 상품, 마케팅, 기획 전문가다. 대홍기획 신임 대표에는 홍성현 어카운트솔루션 본부장이 선임됐다. 롯데캐피탈 신임 대표엔 고정욱 롯데캐피탈 영업2본부장이 선임됐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대외 환경이 급변하고 시장경쟁이 심화되는 등 어려운 상황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지속성장 가능한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그룹 전체적으로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판단한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