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모바일 중심으로 사업을 강화하면서 PC 포털 서비스 다음의 서비스를 순차적으로 정리하고 있다. 인터넷 환경 변화에 맞춰 서비스를 종료하고 인력을 다른 서비스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카카오의 모바일 서비스가 대부분 PC 환경에 최적화가 되지 않은 상태인데 PC 관련 서비스가 취약해지기만 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카카오(035720)는 지난달 다음 TV팟 서비스를 종료한 데 이어 내년 1월부터 아고라, 미즈넷 서비스를 종료한다. 내년 1월 7일 아고라 서비스가, 같은 달 14일 미즈넷 서비스가 각각 종료된다.

다음 메일, 홈페이지 캡처.

미즈넷은 1999년 서비스를 시작한 후 19년간 결혼 생활과 관련한 애환을 공유하는 커뮤니티 서비스로 자리잡았다. 부부간의 갈등, 부모로서의 애환, 친척관계에서 오는 문제 등을 다루며 사용자들의 애환을 토로하는 장이자 공감을 얻는 커뮤니티 성격이 강했다.
다음 아고라는 2004년 12월 첫 서비스를 시작했다. 인터넷 사용자들 간에 정치적, 사회적 문제를 다뤄 논의의 장 역할을 일부 했다. 민회(民會)나 재판, 상업, 사교 등의 다양한 활동이 이루어진 고대 그리스 도시국가의 광장에서 따온 이름에 걸맞기도 했고, 과도한 논쟁 선동으로 문제가 되기도 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온라인 환경이나 이용자 트렌드 변화에 따라 서비스 방향에 대한 오랜 고민을 한 끝에 이용자에게 차별화된 가치로 충분히 다가가지 못한다고 판단해 서비스를 종료하게 됐다"며 "이용자가 미즈넷이나 아고라에서 발행한 콘텐츠는 모두 백업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실제 서비스 종료 이유는 서비스 이용자가 줄어든 것이 크다. 아고라의 경우 게시판에 글이 올라오고 있지만 조회수는 두 자리수에 그치고 찬성이나 반대에 대한 의견은 거의 없다시피하고 있다. 미즈넷 역시 과거 만단위였던 게시글의 조회수가 세자리가 대부분이고 일부 메인화면 노출이 되는 게시물에 한해서 천단위까지 올라가는 상황이다.

이런 현상은 다음 포털 자체가 네이버와 경쟁에서 크게 밀리면서 사용자가 줄었고, 사용자 감소는 소셜미디어의 등장, 게시판 형태의 커뮤니티 활성화, 아프리카TV와 유튜브 등의 동영상 플랫폼 등장으로 더욱 심화됐다.

카카오 관계자는 "서비스 종료는 회사 차원에서도 많이 고민하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슈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모바일 시대에 기민한 대응이 필요하다"며 "이용자에게 차별화된 가치와 경험을 줄 수 있는 서비스에 한정된 자원을 집중함으로써 최대한 많은 이용자에게 편익을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한정적인 자원을 더 잘되는 쪽에 투입한다는 전략인 셈이다. 이용자가 크게 감소하는 서비스를 유지하게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보기술(IT) 업계에서는 카카오가 카카오톡, 카카오페이지 등 모바일 서비스와 인공지능(AI), 블록체인, 모빌리티 등 신사업에 집중하면서 PC 쪽 서비스가 취약해지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IT 업계 한 관계자는 "카카오페이지와 같은 모바일 서비스는 아직 PC에서는 최적화가 되지 않은 상태고 다음 포털과 카카오톡 플랫폼의 통합도 제대로 진척되지 않는 상황"이라며 "승부처를 모바일로 옮기고 있는데 이 때문에 PC 관련 인터넷 사업은 게임을 제외하고는 오히려 취약해질 가능성이 높아 추가로 종료되는 서비스도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