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사업인 반도체 경기의 하강 국면, 스마트폰 사업의 추락, 액면 분할 이후 역대 최저치인 주가(株價)….

삼성전자가 이 같은 위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17일부터 20일까지 나흘간 일정으로 경기도 수원 본사와 화성 사업장에서 '하반기 글로벌 전략회의'를 개최한다. 매년 6월, 12월에 열리는 이 회의는 삼성전자의 반기(半期) 사업 현황을 점검하고 미래 전략을 논의하는 자리다. 각 부문별 주요 임원과 해외 법인장 등 400여 명이 대거 참석한다. 수원 본사에서는 17일 스마트폰 부문, 18일 전사(全社) 부문, 19일 소비자가전 부문 회의가 순차적으로 열린다. 반도체·부품 부문은 화성사업장에서 17일부터 20일까지 나흘간 사업부별로 회의를 진행한다. 참석 여부에 관심이 쏠렸던 이재용 부회장은 이번 회의에 불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가격 하락세… 초격차 전략 강화할 듯

이번 하반기 전략 회의의 화두(話頭)는 위기 대응이다. 삼성전자는 2주 전 승진 폭을 최소화하고 전체 임원 수를 10%가량 감축하는 인사를 단행하며 선제적 대응에 나섰다. 특히 내년은 지난 3~4년간 삼성의 사상 최대 실적을 이끌었던 반도체마저 크게 꺾일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면서 각 사업부를 맡은 3인의 대표이사(김기남 부회장, 김현석·고동진 사장) 중심으로 사업 돌파구를 찾기 위한 강도 높은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올해 실적이 좋지 않았던 사업부문은 상당수 임원이 교체된 뒤 열린 첫 글로벌 전략회의라 첫날 회의 분위기가 다소 무거웠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반도체 분야에서는 올해 하반기 들어 반도체 가격이 하락세로 접어들었다는 게 큰 변수다. 게다가 내년부터는 규모가 작기는 하지만 중국이 본격적으로 반도체 생산에 돌입한다. 중국 당국의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 기업들이 적어도 저가(低價) 시장에는 안착할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환경 변화에 대해 삼성은 반도체 사업의 성장과 기술 경쟁력을 이끌어온 '초(超)격차' 전략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실적 하락이 예상되는 메모리 사업을 대신해 성장을 이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사업의 공격적 확대, 중국 정부의 노골적인 반도체 반독점 조사에 따른 대응 방안도 논의할 전망이다. 삼성 관계자는 "메모리 사업은 올해 초호황을 누렸지만 파운드리 사업은 기대만 못했던 게 사실"이라며 "메모리의 업황 하락을 상쇄할 만한 대안을 다각적으로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폴더블폰·차세대 TV 판매 집중 논의

올해 부진했던 스마트폰 부문은 내년 상반기에 출시하는 갤럭시S10과 폴더블(화면이 접히는)폰의 개발·마케팅 전략, 0%대 점유율의 중국 시장 회복 방안을 집중 논의한다. 중국 화웨이가 내년 말 삼성을 잡고 세계 스마트폰 시장 1위로 올라서겠다고 공언한 상황에서 삼성 내부의 위기의식이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도체 호실적에 가려 스마트폰의 부진이 상대적으로 덜 부각됐지만 외부에 알려진 것보다도 상황이 더 심각하다는 것이다. 삼성 관계자는 "삼성전자에서 가장 매출 비중이 큰 스마트폰 부문의 부진은 상당히 우려되는 대목"이라며 "모든 것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토론을 해보자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또 8년 만에 사업부장을 교체하는 쇄신 인사를 단행한 네트워크사업부는 전경훈 신임 사업부장을 필두로 5G(5세대 이동통신) 장비 확산을 위한 공격적인 사업 전략을 논의할 전망이다.

TV와 가전 부문은 시장 점유율에서는 세계 1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LG전자와 소니 등 경쟁업체의 추격으로 수익성이 하락하는 게 고민거리다. 삼성은 2020년까지 자사(自社) 모든 가전에 AI(인공지능)를 탑재하는 '인공지능 생태계' 조성으로 위기를 탈출한다는 그림을 그리고 있지만 이 역시 구글, 아마존 등 글로벌 기업과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