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이 치솟던 서울 주요 지역 재건축 아파트 분양권 매매가가 불과 한두달 만에 수억원씩 떨어지고 있다. 기존 주택시장에서도 ‘거래절벽’이 이어지면서 치솟았던 호가가 서서히 떨어지더니 결국 실거래까지 하락하는 모양새다.

상당수 전문가와 부동산 분석기관에서는 내년에도 서울 부동산 시장이 하락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하지만 눌려 있는 수요가 대형 호재와 만날 경우 언제든 다시 폭발할 수 있어 집값 재상승의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우려도 있다.

서울 송파구의 아파트촌 전경.

◇서울 주요 재건축, 한두달 사이 수억원 하락

17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12월 들어 서울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전용 84.98㎡ 20층 입주권은 14억2000만원에 매매됐다. 두달 전 같은 면적 22층이 16억800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해보면 약 2억원 정도 떨어진 셈이다. 지난 9월 16억8500만원(8층)에 매매된 강남구 일원동 ‘래미안 루체하임’ 전용 59.99㎡ 분양권은 11월 13억1929만원(9층)에 거래되기도 했다.

재건축 아파트의 분양권 값만 떨어진 것이 아니다. 9·13 부동산대책 이후 서울 주택시장은 전반적으로 내림세로 돌아섰다. 부동산정보서비스 직방 빅데이터랩에 따르면 서울 동남권 아파트는 8월에 평균 12억2717만원에 거래됐지만, 10월에는 10억3540만원으로 두 달 만에 2억원 이상 낮은 가격으로 거래됐다. 도심권 아파트 평균 거래 금액도 10월 8억9941만원로 떨어지면서 두 달 만에 2억원이 넘게 주저앉았다.

함영진 빅데이터랩장은 "9·13 대책으로 아파트 매매가격 하락을 염려하는 매도자들이 8월보다 낮은 가격으로 거래를 시도하는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동남권의 경우 주택 가격이 그동안 다른 지역과 비교해 크게 상승한데다, 대규모 단지와 고가주택 비중이 커 9·13 정책에 따른 파급 효과가 먼저 나타난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11월 12일 이후 5주째 하락하고 있다. 12월 둘째 주 하락폭은 0.05%에 달했다. 지금으로선 딱히 이런 추세가 반전될만한 요인도 없다.

◇내년 ‘하락’ 전망 vs "장담 못해"

건설·부동산 관련 연구기관들은 내년에도 이같은 집값 하락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건설산업연구원은 지난 11월 낸 보고서에서 "거시경제 상황과 수요위축, 공급물량 누적으로 주택 가격 하락이 불가피하다"며 "전국 매매가는 1.1%, 수도권 매매가는 0.2%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건산연은 다만 서울의 경우 시장 전반에 걸친 어려움에도 다른 지역보다 상대적 강세는 유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이 내년 부동산 시장을 하락장으로 보는 이유는 금리 인상에 따른 상환 부담 증가와 종부세 인상, 주택담보대출 규제 등의 여파가 주택시장에 계속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이 같은 정부의 규제 강화 기조는 앞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국내경제 전망이 어둡다는 점도 이유로 꼽힌다. 경기를 떠받치던 반도체 경기가 나빠지고 고용과 출산율 악화가 이어지며 경기 하향 흐름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LG 경제연구원은 국내경제 성장률이 올해 2.8%에서 내년에 2.5%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서울 주택 시장의 경우 계기만 있으면 쉽게 반전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서울 실수요가 언제든 폭발할 힘을 갖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경기 부진과 부동산 규제 등으로 당분간 서울 부동산시장은 지금과 같은 흐름을 이어가겠지만, 내년은 시장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예단할 수 없다"며 "새집 공급 부족이 여전한 가운데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건설과 같은 대형 개발호재에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할 경우 서울의 수요는 언제든 급격하게 불어날 폭발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