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독일은 에너지에 대한 통합적 접근을 통해 에너지의 개념을 새롭게 정의하는 데 성공했다. 원자력을 도입할 당시의 에너지 이슈는 원전 안전성, 폐기물 처분, 핵 비확산 등에 집중돼 있었던 반면 현재는 안전과 환경, 지속가능성, 경제성, 효율성 등 다양한 이슈들과 연계돼 있다.

특히 온실가스 감축, 재생에너지 확대, 에너지 수요 절감 등 여러 과제가 동시에 있는 지금은 에너지 선택과 이용에 대한 고민을 넘어 에너지를 둘러싼 다양한 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원전, 석탄화력과 같은 대규모 중앙 집중식 발전과 달리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서는 분산 공급 방식, 이용자 고려 등 에너지 시스템의 총체적인 변화가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오늘날 에너지 시스템 전환이 다양한 분야의 목표와 관점을 융합하는 방향으로 진행돼야 함을 뜻한다.

독일이 에너지 전환을 하게 된 동기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온실가스를 감축하고 약 70%에 달하는 에너지 수입 의존도를 개선하려는 것이다.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로 발전 부문을 비롯한 운송·건물·산업 부문의 에너지 믹스를 다양화해 에너지 시스템의 취약점을 보완하고 가격 안정화도 기대하고 있다. 에너지 전환은 또 지역 경제 활성화, 부가가치와 고용 창출, 기술 개발을 촉진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비즈니스 시장을 창출한다. 독일의 에너지 시스템 전환은 단순히 공급과 수요의 주체를 넘어 사회 전체가 참여하게 함으로써 사회적 수용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는 오늘날의 에너지 전환이 기후변화에 대한 수동적 대응이 아닌 장기적 관점에서 미래 가치와 국가 산업, 에너지 분야의 갈등 해소와 사회 참여 확대를 위한 능동적인 선택임을 뜻한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목표들이 에너지 시스템 전환의 내부 요인으로만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에너지와 관련된 다양한 외부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

오늘날의 에너지 전환은 기술·경제적 차원이 아닌 다양한 인프라와 조직, 정치·사회적 과제와 밀접하게 연계돼 있다. 따라서 좀 더 명확한 목표 설정,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과 정부 부처 간의 긴밀한 협업이 이뤄져야 한다. 나아가 에너지 시스템 전환 과정에 시민의 참여를 유도하고 수용성을 높일 수 있는 공론의 장이 활성화돼야 한다.

에너지 전환은 그 어느 때보다도 다양한 쟁점이 중첩되고 복잡해진 다차원적인 시스템 전환의 과정이다. 따라서 장기적·종합적인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다양한 방식의 국제 교류와 경험 공유가 필수적이다. 한국에서도 에너지 시스템 전환이라는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각국의 경험을 도전적으로 받아들이고 심도 있는 논의와 숙고를 발판으로 삼는 통합적 접근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