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애 김태희 아이유 아이린의 공통점은 뭘까? 배우, 가수, 걸그룹 모두 아니다. 정답은 바로 ‘참이슬’ 소주의 광고 모델을 했다.

소주 모델은 제품의 흥망(興亡)을 결정한다. 알코올 도수 17도 이상 주류는 TV 광고를 할 수 없다. 신문, 인터넷(온라인 동영상 광고), 극장에 등장하는 광고모델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다. 소비자들이 포스터만 보고도 호감을 느껴야 제품이 팔리기 때문이다.

하이트진로는 2018년 12월부터 젊은 브랜드 이미지를 위해 레드벨벳의 아이린을 모델로 하고 있다(좌). 직전에는 ‘남녀가 같이 마시는 술’이라는 이미지를 주기 위해 지난 4월 박서준과 아이유를 함께 참이슬 모델로 기용했다(우).

그래서 소주 광고모델은 대중에 친숙하고 인기가 많은 스타가 차지한다. 1990년대 말부터 현재까지 이영애, 김정은, 김태희, 성유리, 김아중, 이민정 등 인기를 끌었던 연예인이 참이슬 소주 모델을 거쳤다.

참이슬 모델의 대다수는 여성이었다. 역대 참이슬 광고모델 28명 중 9명만 남성이다. 도수가 높아 남성들이 주로 찾았고, ‘독하다’는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여성 연예인의 순수하고 부드러운 이미지를 강조했기 때문이다. 하이트진로(당시 진로)는 1990년대 후반까지 남성 연예인을 기용해 큰 성과를 보지 못했지만, 1999년 여배우 이영애를 기용한 뒤 1년 만에 참이슬 판매량이 4배 늘었다.

소주가 저도화(低度化)됐기 때문일까. 최근 들어서는 여성 소비자를 위한 남성 모델이 늘어나는 추세다. 참이슬 오리지널이 23도에서 21도로, 참이슬 클래식이 19.8도에서 17.2도까지 내려가면서 소주는 ‘남녀가 같이 마시는 술’, ‘즐기기 위한 술’로 이미지가 바뀌었다. 2012년에는 문채원과 유아인이, 지난 4월에는 아이유와 박서준이 함께 참이슬 모델로 활동했다.

참이슬은 브랜드 노후화를 모델의 젊은 이미지로 개선하고 있다. 참이슬의 이번 광고모델은 레드벨벳의 ‘아이린’이 차지했다. 직전 모델인 아이유보다는 아이린의 나이가 많지만, 팬층의 연령대는 낮아졌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하이트진로가 올해가 20주년을 맞이했다"며 "브랜드 노후화를 막기 위해 신선한 느낌을 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참이슬 모델 변천사. 사진 윗줄 왼쪽부터 이영애(1999~2000년), 김정은(2002년), 김태희(2004~2005년), 아랫줄 왼쪽부터 성유리(2005~2006년), 김아중(2007~2008년), 이민정(2009~2011년).

참이슬의 도수가 낮아져도, 시대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것도 있다. 바로 참이슬이 추구하는 모델 이미지다. 참이슬은 ‘맑고 깨끗한’ 느낌을 강조하기 위해 단아한 이미지를 가진 연예인을 주로 기용해 왔다. 경쟁사인 ‘처음처럼’이 이효리, 현아, 효린 등 섹시한 모델들을 내세울 때도 흔들리지 않았다.

소주를 선호하는 연예인을 광고모델로 기용하는 것도 원칙이다. 아이린은 지난 2월 라디오에 출연해 "맥주를 못 마신다. 냄새만 맡아도 좀 그렇다. 소주를 마신다"고 밝혔다. 이전 모델 아이유도 소주 모델 되기 전부터 방송과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소주를 즐겨 마신다"고 음주 취향을 드러냈다. 2012년 참이슬 모델이었던 싸이도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공연하며 참이슬을 한번에 들이켜 화제를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