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 사회가 되면서 요실금과 변실금으로 고민하는 중장년이 늘고 있다. 본인 의지와 상관없이 소변, 대변이 새어나오는 요실금과 변실금은 고령일수록 유병률이 증가한다.

국내에서는 아직도 많은 환자들이 말하기 부끄러워 치료를 포기하고 기저귀를 유일한 대안처럼 여긴다. 하지만 냄새 등을 우려해 외출도 꺼리게 되고 삶의 질도 매우 떨어진다.

요실금과 변실금도 치료법이 있으므로, 병을 방치하지 말아야 한다는 게 전문가의 지적이다.

14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보건의료빅데이터개방시스템에 따르면 ‘요실금’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 수는 2013년 13만528명, 2014년 13만641명, 2015년 12만7423명, 2016년 13만2035명, 2017년 13만7610명으로 집계됐다. 연령별로는 50대 환자 비중이 34.8%로 가장 컸고 그 뒤로 40대 25.4%, 60대 20.7%, 70대 9.6%, 80세 이상 3.1% 순이었다.

요실금을 겪고 있지만 병원을 찾지 않는 사람들을 감안하면 실제 환자 수는 더 많은 것으로 예상된다. 의학계에서는 70대 이상 노인은 10명 중 5명 꼴로 요실금이 있다고 보고 있다.

13일 서울 고려대안암병원에서 이정구(사진) 비뇨의학과 교수를 만나 요실금·변실금이 생기는 원인과 치료법을 들어봤다.

◇ 요실금, 왜 생기나?

요실금은 노화의 대표적인 현상이다. 심혈관 질환이나 관절염처럼 요실금도 고령화에 필연적으로 동반되는 퇴행성 질환이다.

이 교수는 "소변을 참을 수 있도록 해주는 자율신경의 균형(밸런스)가 깨지는 것이 주 원인"이라면서 "거동을 못할수록 요실금 유병률도 높아지고, 나이가 들수록 소변을 참는 능력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남녀 모두 나이 들수록 요실금 유병률이 높아진다. 남자들의 경우 ‘전립선비대증’이 주요 원인이며, 전립선비대증 환자의 30%는 요실금이 있다.

이 교수는 "나이가 들면 남자들은 처음엔 소변이 잘 안 나오는 증상이 생기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신경이 노화돼 소변을 못 참는 현상이 오고 이후에 요실금 현상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여자는 요도가 짧은 해부학적 구조와 함께 임신, 출산, 골반 내 염증 등으로 인해 남성보다 요실금 발병 위험이 22배나 높다. 변실금은 요실금과 함께 발생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여성 요실금 환자 5명 중 1명꼴인 약 20%가 요실금과 함께 변실금 증상을 동반한다. 이런 경우를 ‘복합실금’이라고 한다. 임신과 분만으로 인해 신경이 손상되고, 이로 인해 방광 및 괄약근 근전도 신호에 이상이 생기는 것이다.

요실금과 변실금은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은 아니지만, 일상생활에서의 불편함 외에도 다양한 문제를 야기한다. 심리적으로는 위축감, 자존감 하락 등을 일으키며 이는 우울증이나 대인기피증 등 정신적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신체적으로는 피부 감염, 방광염, 요로 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

◇ 요실금 치료법은?

요실금은 증상에 따라 치료법이 다르지만 수술로 교정할 수도 있고 약물로 치료할 수 있는 경우도 있다.

이 교수는 "요의를 참지 못하고 화장실에 도착하기 전 소변이 새어나오는 ‘절박성 요실금’은 방광자체나 방광을 지배하는 신경의 문제, 뇌에서의 조절 문제 등이 겹친다"며 "이 때문에 방광의 수축을 억제하는 약을 쓰거나 신경 자극을 억제하는 약을 쓴다"고 설명했다.

방광에 직접 보톨리늄 톡신을 주사해 신경을 마비시켜서 덜 새게 하는 방법도 있다.

이 교수는 "보톨리늄톡신의 경우 주사 6개월 후에 효과가 떨어지기 때문에 6개월 후에 다시 주사 받아야 하는 단점이 있고, 남자의 경우 보톨리늄톡신 주사 부작용으로 요폐가 올 수도 있어 주의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럴 경우 신경을 전극 바늘로 자극하는 천수신경조절술을 권유한다"며 "천수신경조절술은 효과가 최소 5년은 유지되고, 천수신경조절술은 변실금이 동반되는 경우 유일한 치료법으로, 제대로 시술하면 환자 만족도는 굉장히 높다"고 밝혔다.

◇ 천수신경조절술은?

이 교수에 따르면 약물 치료로도 조절이 안되는 요실금, 방광에 심한 통증이 있는 경우, 요실금과 변실금이 동반된 경우 ‘천수신경조절술’이 치료 대안이 될 수 있다. 소변이 안나오는 질환인 요폐와 통증성 질환에도 적용할 수 있다. 요실금과 변실금, 두 가지 증상을 함께 치료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이 시술이 유일하다.

천수신경조절술은 척추 꼬리뼈에 있는 천수 3번 구멍을 찾아 전극 바늘로 신경 뿌리를 자극시키는 시술로, 미국, 유럽, 중국 등 해외에서는 보편화되고 있다.

이 교수는 "천수신경조절술은 상황과 필요에 따라 조절 신경에 작용해 비정상적인 자극을 정상으로 돌리는 것으로 신경에 충격을 가해 정상적으로 소변을 볼 수 있게 회복시키고, 너무 안 나오면 자극을 줘서 정상으로 회복시키는 기전"이라고 설명했다.

천수신경조절술은 신경 뿌리에 제대로 접근해야 제대로 효과를 볼 수 있다. 천수 3번은 주로 방광과 요도, 직장, 항문에 작용하는데, 이 신경 뿌리를 자극하면 결과적으로 소변을 참을 수 있게 한다든지, 소변이 잘 나오게 한다든지, 감각 신경에 작용해 통증이 사라지는 등 여러 가지 작용을 한다.

천수신경조절술은 두 단계로 나눠 치료한다. 천수 신경을 자극 할 수 있는 가느다란 선을 엉덩이를 통해 천수공이라는 작은 구멍에 넣은 후 1-2주간 외부에 전기자극기를 차고 활동한다. 증상이 50% 이상 개선되는 등 효과가 좋을 경우 2단계로 엉덩이 밑에 영구적인 전기자극기를 삽입한다. 시험 단계에서 신경 반사가 나타나면 제대로 시술이 된 것이다.

시술은 국소 마취로 이뤄지며 빠르면 10분 안, 길어도 한 시간 이내에 끝나 환자의 신체적 부담이 적은 수술에 속한다. 하지만 의료진 기술이 중요하다. 정확한 위치 선정을 위해 영상장비를 통해서 구조를 찾아내는 데 노하우가 필요하다.

◇ 천수신경조절술 후 환자 만족도는?

환자는 시술받은 후 실을 뽑을 때까지 일주일 정도는 좀 불편할 수 있으나 심한 운동과 장거리 여행을 피하면 나머지 일상생활은 큰 지장이 없다.

이 교수는 "천수신경조절술은 제대로 시술하면 환자 만족도는 굉장히 높은 치료법"이라며 "약물 치료 대비 효과가 더 크다"고 설명했다. 그는 "약물치료가 65% 정도 효과가 있다고 하면, 천수신경조절술은 85% 이상"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 시술은 기기를 엉덩이에 심기 때문에 공항 검색대에서 걸릴 수 있어서 입출국 시 수술 증명서가 필요하다는 점과 MRI 촬영이 제한적으로만 가능하다는 점이 단점으로 꼽힌다.

또 시술 비용의 경우 조건부 급여화 돼있다. 세부 조건에 해당하는 경우에만 건강보험 급여를 받을 수 있어 이외의 경우 약 1000만원의 비용 부담이 따를 수 있다.

이 교수는 "천수신경조절술은 비교적 덜 침습적이고 약이나 보툴리눔톡신으로 조절되지 않는 환자에게 쓸 수 있는 보루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요실금, 변실금 등도 치료법이 다양하게 있으니 환자는 너무 낙심하지 말고 보다 적극적으로 치료하기 위해 노력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