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샤오미의 ‘포코폰 F1(이하 포코폰)’이 국내에 상륙한지 20여일이 지났다. 인도에서는 5분 만에 300억원어치가 팔릴 정도로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다. 삼성전자 ‘갤럭시노트9’의 2분의 1 가격이지만 프리미엄급 성능인 포코폰을 6일부터 13일까지 일주일간 써봤다.

◇ 인도 노린 전략폰 ‘포코폰’…5분만에 300억원어치 팔려

국내 통신 3사를 통해 11월 19일 한국 공식 출시된 포코폰은 샤오미 내부의 다국적 팀원들이 모여서 만든 서브 브랜드다. 기존 샤오미 스마트폰 라인업에 얽매이지 않는 제품 개발이 지향점이다.

중국 샤오미의 ‘포코폰’ 기본 구성. 왼쪽부터 C-타입 케이블·충전기, 포코폰 본체, 기본 휴대폰 케이스, 사용설명서 순.

포코폰의 장점은 뚜렷하다. 저렴한 가격에 고사양이다. 가성비(가격대비성능)가 최고다. 포코폰 64기가바이트(GB) 모델의 국내 출고가는 42만9000원이다. 갤럭시노트9 128GB 모델 가격은 109만4500원이다. 국내 프리미엄 스마트폰과 사양은 같은데 가격은 절반 수준이다. 포코폰의 기본 구성은 포코폰 본체, 사용설명서, 기본 휴대폰 케이스, C-타입 케이블·충전기다. 기본 색상은 그래파이트 블랙과 스틸 블루 총 2가지다. 6.2인치 화면의 노치 디자인(상단부가 움푹 파인 화면)이 적용됐다.

포코폰에는 퀄컴 스냅드래곤 845 프로세서가 탑재됐고 램은 6GB다. 퀄컴 스냅드래곤 845 프로세서는 삼성전자 프리미엄 스마트폰 갤럭시노트9(8월 출시)과 LG전자 프리미엄 스마트폰 ‘V40 씽큐(10월 출시)’에도 탑재된 고성능 프로세서다.

포코폰으로 넷마블 모바일 게임 ‘블레이드&소울 레볼루션’을 최고사양으로 플레이하는 모습.

저장공간은 64GB·128GB·256GB으로 나뉜다. 국내에는 64GB 모델만 출시됐다. 배터리 용량은 4000밀리암페어시(mAh)다. 전면 카메라는 2000만화소가 장착됐으며 후면에는 듀얼카메라가 1200만·500만화소로 각각 장착됐다. 프리미엄급 사양이다.

실제 6일 출시된 넷마블 모바일 게임 ‘블레이드&소울 레볼루션’을 최고사양으로 3시간 가량 플레이했지만 렉이 걸리거나 하는 문제가 없었다. 또 발열을 막는 ‘리퀴드 쿨 기술(수냉식 쿨링 시스템)’이 도입돼 발열도 적당했다. 터치감도 좋았다. 캐릭터 이동에 문제가 없었고 반복되는 몬스터 사냥에도 터치감은 쾌적했다. 다른 고사양 게임이나 간단한 퍼즐 게임 플레이도 무리 없었다.

◇ 가성비는 최고지만 디테일은 부족해

가성비는 좋았지만 디테일은 부족했다. 포코폰에는 방진방수 기능이 없고 카메라 손떨림 방지 기능이 없다. 소비자들이 기본으로 여기는 기능들이 없다. 이같은 기능은 있으면 모르지만 없으면 티가 난다. 실제 받침을 대고 찍은 사진과 그렇지 않은 사진은 질감에서 차이가 났다. 받침을 댈 경우 종이컵의 질감을 제대로 표현했지만, 공중에 든 채로 찍을 경우 손떨림이 방지되지 않아 종이컵의 질감 표현이 옅어진다.

받침을 대고 고정된 상태로 찍은 사진(왼쪽)과 공중에서 든 채로 찍은 사진(오른쪽)의 질감이 다르다.

요즘처럼 인스타그램 같은 소셜 미디어에서의 사진 공유 시장이 커지는 것을 고려하면 단점으로 볼 수 있다. 방수방진 기능이 없어 먼지나 물 같은 액체로 인해 고장날 위험도 커진다. 하지만 이 가격대의 스마트폰 중에서는 포코폰만한 선택이 없어 보인다. 디테일은 포기했지만 가격을 낮추고 프로세서 같은 중요한 성능에 집중한 덕이다.

◇ ‘작다’는 의미의 포코…샤오미 이끌 서브 브랜드로 성장 중

포코는 스페인어로 ‘작다(Poco)’는 뜻이다. 작은 희망으로 시작해 큰 꿈을 꾼다는 의미다. 샤오미도 중국어로 ‘좁쌀(小米)’이라는 뜻을 가진 점을 고려하면 의미가 통한다. 하지만 판매량 같은 성적은 전혀 작지 않다. 8월에는 인도 시장 출시 5분 만에 300억원어치에 달하는 1차 물량이 팔렸다. 출시 3개월만에는 글로벌 판매량 70만대를 돌파했다. 마누 쿠마르 자인(Manu Kumar Jain) 샤오미 글로벌 부사장은 5일 트위터를 통해 "포코폰 F1이 출시 3개월 만에 글로벌 판매량 70만대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샤오미의 ‘포코폰 F1’의 그래파이트 블랙(왼쪽)과 스틸 블루 색상.

샤오미는 2010년 창립돼 2014년 6000만대의 스마트폰을 팔아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2014년에는 13조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하고 130%가 넘는 성장률을 보여줬다. 하지만 2015년 화웨이에게 중국 스마트폰 시장 1위를 내주면서 성장률은 26%까지 떨어졌다. 저가형 모델에 집중한 탓에 소비자층이 한정된 점이 성장세 하락의 원인으로 꼽혔다. 또 온라인 판매에만 집중하면서 소비자와의 접점을 늘리지 못했다.

이후 샤오미는 프리미엄급 스마트폰 개발에 집중하고 오프라인 매장을 늘리면서 소비자와의 접점을 늘렸다. 그리고 실적에서 효과가 보이기 시작했다. 샤오미가 11월 발표한 2018년 3분기 실적을 보면 총 매출은 2017년 3분기보다 49.1% 증가한 508억4600만위안(약 8조3168억원)을 기록했다. 샤오미 스마트폰의 글로벌 판매량이 늘어난 덕분이다. 인도 같은 시장에 맞춤형 전략을 펼친 게 먹혀 들었다.

샤오미의 실적 자료를 보면 서유럽 스마트폰 출하량이 2017년 3분기보다 386% 증가했고, 인도와 인도네시아에서 각각 31%·337% 증가했다. 또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의 자료를 보면 2018년 3분기 인도 스마트폰 시장에서 샤오미는 점유율 27%로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삼성전자(23%)·3위는 중국 비보(10%)다. 2017년 4분기 전까지만 해도 삼성전자가 1위를 했던 것과는 달라진 상황이다. 당시 삼성전자는 2010년 인도 시장 출시 이후 약 6년 동안 1위를 유지해왔다.

이 때문에 국내 스마트폰 제조업계에서는 반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가성비에서는 중국에 밀리고 프리미엄에서는 미국 애플에 밀리고 있다. 양쪽에 낀 상황이다. 스마트폰 시장도 침체된 상태다. 스마트폰 제조업계는 고도의 기술력 추구도 좋지만 국가별 차별 전략과 리브랜딩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스마트폰 제조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 국내 스마트폰 업계는 중국의 가성비 좋은 업체들과 명품 이미지를 가진 애플에게 낀 상황"이라며 "예전에는 믿고 쓰던 한국 스마트폰이었지만 이제는 브랜드 이미지를 다시 구축해야 하는 시점이다. 국가별 전략을 통해 다시 글로벌 공략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