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의 매출 성장이 지난 6년간 제자리걸음이고, 최근 상장기업들의 매출 성장률도 떨어지고 있다.

13일 기업 정보 분석업체 한국CXO연구소가 국내 1000대 기업 실적을 분석한 결과, 이 기업들의 총매출이 글로벌 금융 위기를 벗어난 2012년 1482조원에서 작년 1492조원으로 6년째 1500조원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를 제외할 경우, 같은 기간 매출액은 1341조원에서 1330조원으로 오히려 감소했다.

기업들의 성장이 정체되면서 이른바 매출액 '1조 클럽' 기업 수도 수년째 늘지 않고 있다. 연매출 1조원 이상 기업 수는 1996년 69개에서 2012년에는 192개로 정점을 찍은 뒤 이후 4년 연속 감소하며 184개까지 줄었다가, 지난해에는 187개를 기록했다.

매출 정체는 우리 산업구조의 노쇠화와 맞물려 있다. 'CXO연구소'의 오일선 소장은 "20년 전 상위 50대 기업과 현재를 비교해 보면 거의 변화가 없다"며 "전자·자동차·화학·철강 등 제조업 중심의 산업 구조가 변하지 않으면서 경제의 성장판이 닫힌 것"이라고 말했다.

성장 정체는 진행형이다. 1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3분기 기업경영분석'에 따르면 외부감사대상 기업(자산 120억원 이상)의 3분기 매출 증가율(전년 동기 대비)은 전분기(4.8%)보다 1.3%포인트 하락한 3.5%를 기록했다.

특히 중소기업은 3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보다 2.4% 줄어 지난 1분기(-1.2%)에 이어 또다시 역성장했다. 이날 한국경제연구원이 코스피 상장사 578개 실적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1~3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감소한 회사가 전체의 46%인 268곳에 달했다.

이병태 카이스트 교수는 "미국에선 구글페이스북 같은 새로운 대형 기업이 계속 나타나 산업 전반의 성장을 이끈다"며 "규제 개혁을 통해 신산업과 기업 육성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