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 크기의 도마뱀붙이 한 마리가 눈 깜짝할 사이에 물 위를 달려간다〈사진〉. 초고속 카메라로 촬영한 느린 화면에서 도마뱀붙이는 네 다리와 꼬리 일부가 물에 잠겼지만 쉬지 않고 수면을 뛰어갔다.

영국 옥스퍼드대와 미국 록펠러대 공동 연구진은 지난 6일 국제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를 통해 "도마뱀붙이는 표면장력을 이용하면서 동시에 발바닥이 물을 밀어내는 소수성(疏水性)을 띠고 있어 물에 잘 뜰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표면장력은 물 분자가 표면적을 최대한 적게 하기 위해 서로 끌어당기는 힘이다. 소금쟁이와 같은 곤충은 몸집이 작아 표면장력을 이용해 수면 위를 걸을 수 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체구가 큰 도마뱀붙이는 표면장력만으로 물 위에 뜨기 어렵다. 연구진은 도마뱀붙이의 발 피부가 강한 소수성을 띠는 것을 확인했다. 수조에 비누 가루를 풀면 표면장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면서 물체에 닿는 물분자가 줄어든다. 그래도 도마뱀붙이는 평소보다 몸이 더 물에 잠겼지만 여전히 물을 건널 수 있었다.

연구진은 도마뱀붙이가 소수성 다리로 물을 밀어내고, 꼬리를 좌우로 세차게 흔들며 속도를 내는 것을 확인했다. 스피드 보트가 수면에 부딪힐 때마다 물 위로 솟구치듯 빠르게 전진하면서 물 위로 뜬다는 것이다. 연구를 주도한 자스민 니로디 옥스퍼드대 박사는 "네 발 달린 수상 로봇 개발에 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