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 있는 한 스마트폰 부품 업체는 올 6월 베트남에 현지법인을 세우고 공장 이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연말까지 공장 건물 설계를 마무리하고 내년에는 준공과 함께 가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해외 신공장을 추진하면서 지난 1월 인천에 있던 제2공장을 매각했다.

이 회사 문모 대표는 "국내에서는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로시간제로 경영 환경이 악화돼 해외로 나갈 수밖에 없다"며 "내년부터 전체 물량 중 절반은 베트남에서 생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제조업 기피 현상이 갈수록 확연해지고 있다. 한국을 떠나는 중소기업들이 급증하는 반면 역대 최대의 창업 붐 속에서도 제조업 창업은 줄어들고 있다. 국내에서는 더 이상 제조업을 하기 힘들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는 것이다.

11일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올 들어 10월까지 제조업 신설 법인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11개(8.3%) 줄어든 1만5516개에 그쳤다. 도·소매업과 같은 다른 업종들은 전년 대비 두 자릿수 증가하면서 전체 신설 법인 수는 4421개(5.5%) 늘었지만 제조업은 감소했다. 현재 추세라면 2013년 이후 제조업 창업 수가 가장 적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반면 중소기업 해외 투자는 날로 치솟고 있다. 수출입은행 해외 투자 통계를 보면 올 3분기 국내 중소기업의 해외 투자액은 30억3584만달러(약 3조4300억원)로 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중소기업 해외 투자액은 2012년 21억1696만달러(약 2조4000억원)에서 지난해 74억2488만달러(약 8조4000억원)로 5년 만에 3배 이상 늘어난 데 이어 올해 들어서는 매 분기마다 투자액이 급증하고 있다.

유환익 한국경제연구원 경영혁신실장은 "인력이 취약하고 경험이 적은 중소기업마저 해외 투자를 늘린다는 것은 해외 진출 때 져야 하는 각종 리스크보다 국내에 남는 게 더 위험하다는 의미"라며 "정부가 임금이나 노동 분야 등에서 중소기업들을 붙잡아두는 정책을 내놓지 못하면 국내 제조업이 공동화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