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부산시 사상구에 있는 한 신발 제조 업체 건물 전면 유리창에 '매매 문의'라고 적힌 대형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이 건물 1층엔 생산 설비는 보이지 않고 출하를 기다리는 신발만 상자에 담겨 쌓여 있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최저임금이 오르면서 대출 이자를 갚기도 어려워졌다"면서 "10월부터 국내 공장을 닫고 베트남 공장만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국내 공장 문을 닫으면서 직원 160여 명을 권고사직 처리했다.

신발·섬유·조선기자재·자동차부품·완구 등 중소 제조업체들이 최저임금 인상으로 급격히 몰락하고 있다. 최저임금이 올해 16.4% 오른 데 이어 내년 1월부터 10.9%가 또 오를 예정이기 때문에 인건비 상승을 감당하기 어려운 중소기업들이 폐업으로 내몰리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제조업체 대표들은 "도저히 최저임금 인상을 감당할 수 없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의 부채 상황도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신용도가 낮아 은행에서 퇴짜를 맞은 중소기업들이 금리가 높은 제2금융권에서 사업 자금을 빌리고 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 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기준 제2금융권의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137조4280억원으로 1년 전(102조1068억원)에 비해 34.59%나 늘었다.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13년 이후 최대 규모다. 현재 집계 중인 9~11월 대출 증가액을 고려하면 이미 대출액이 14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금융권은 추산한다.

최저임금 인상을 피해 해외로 나가는 중소기업도 줄을 잇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중소기업 해외 투자액은 올해 3분기까지 74억2571만달러(약 8조4000억원)로 이미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작년 투자액을 넘어섰다. 특히 올해 들어서는 분기마다 해외 투자액이 급증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제조업 공동화 현상이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는 것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중소기업의 설비 투자가 늘지 않는데 제2 금융권 대출이 증가한다는 것은 결국 기업들이 인건비를 포함한 생존 자금을 마련하는 것으로 분석된다"면서 "경제 체질 개선 없이 최저임금만 계속 올리면 중소기업의 한국 이탈 현상이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