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막대한 수익을 거두면서도 과세(課稅) 사각지대에 있다는 비판을 받아온 구글·페이스북 등 해외 IT(정보 기술) 기업에 세금을 더 물릴 수 있는 법안이 마련됐다. 국회는 지난 8일 본회의에서 그동안 인터넷 광고, 클라우드(가상 저장 공간), 인터넷 쇼핑·숙박 등 중개 서비스와 같은 다양한 사업을 하면서 부가가치세를 내지 않았던 해외 기업들에 세금을 부과하는 내용의 법률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지금까지 구글·애플과 같은 해외 기업들은 스마트폰 앱(애플리케이션) 판매에 대한 부가세만 내왔는데 과세 범위가 확장된 것이다.

그동안 인터넷 업계에서는 해외 기업들과 국내 시장을 두고 경쟁하는데 국내 기업들만 역차별을 받는다는 불만이 많았다. 해외 기업들은 '10% 부가가치세'를 내지 않아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였을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 얻은 수익을 해외 법인의 회계에서 잡아 법인세도 제대로 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내 IT 기업들 사이에서는 "공평 과세를 위한 첫발을 뗀 셈"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공평 과세 위한 첫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부가가치세법 일부 법률 개정안'에는 해외 사업자에게 부가가치세를 부과하는 항목이 세 가지 추가됐다. 인터넷 광고와 클라우드,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재화·용역 중개다. 세금 부과는 내년 7월1일부터 시행된다.

법 조항 신설로 개인용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구글·애플·아마존웹서비스에 똑같이 부가세를 부과할 수 있게 됐다. 또 동영상 서비스인 유튜브의 광고 수익에도 과세할 근거가 생겼다. 에어비앤비처럼 개인끼리 빈방을 남에게 빌려주고 받은 돈에 대해서도 과세할 수 있다.

지금까지 구글·애플과 같은 해외 기업들은 스마트폰 앱스토어를 통해 국내에 판매한 앱에 대해서만 10%의 부가가치세를 내왔다. 지난 2014년 법 조항을 신설할 때 디지털 과세 영역을 앱 판매로만 한정했기 때문이다. 이후 해외 기업들이 인터넷 광고와 클라우드, 제품·서비스 판매 중개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지만 과세 조항이 없어 부가가치세를 내지 않았다.

이 때문에 네이버·카카오와 같은 국내 기업들은 '역차별 과세'라는 불만을 제기해왔다. 똑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면서도 해외 기업은 법인세는 물론, 가장 대표적인 간접세인 부가가치세도 내지 않아 한국 기업의 서비스 경쟁력을 해친다고 주장해왔다. 예를 들어 국내 기업은 1만원짜리 상품에 부가가치세(1000원)를 더해 1만1000원에 팔 때 해외 기업은 부가가치세가 없어 1만원에 팔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 IT 업계 "법인세·통신망 사용료도 제대로 내야"

국내 IT 업계에서는 이번 법 개정으로 '구글세' 부과의 첫발을 떼기는 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개정안은 소비자 대상 거래(B2C)만 과세 대상에 포함하고 구글의 검색 광고처럼 기업 간 거래(B2B)는 국회 논의 과정에서 빠졌기 때문이다. IT 업계 관계자는 "과세 주권을 확립하고 해외 기업들의 매출 정보를 정확히 파악하는 차원에서 앞으로는 기업 간 거래도 반드시 과세 범위에 포함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국내에서 연간 수조원대 매출을 거두는 해외 기업에 대해 법인세를 내도록 강제할 법적 수단은 여전히 없다. 이들이 국내에 서버(중앙 컴퓨터)를 두지 않는 방식으로 과세 조항을 피하고 있다. IT 업계 한 관계자는 "유튜브나 페이스북은 동영상·소셜미디어 시장의 우월적 지위를 악용해 국내 통신 업체를 압박, 거의 공짜로 국내 통신망을 쓰고 있다"며 "이런 문제점도 얼른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