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 지인 중에 지난 10월 폭락장 때 미국 주식으로 갈아탄 사람이 있다. 당시 코스피지수는 파월 발언과 무역전쟁 우려감으로 연 고점 대비 24% 급락한 1985포인트까지 떨어졌다. 이는 2005년 한때 기록했던 수준이다. 13년간 도돌이표에 그쳤다는 울분이 영어도 잘 못하는 개인투자자를 태평양 건너 미국 시장으로 떠밀었(?)다.

이런 투자자가 얼마나 될까.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 포털 '세이브로'를 보니 11월말 기준 외화증권 보관 현황은 53억415만9055주로, 9월말 대비 0.8%(4500만6440주) 증가했다. 통상 증시가 부진하면 잔고는 감소하기 마련인데 늘어난 것을 보니 미국 시장이 안전지대라고 보고 갈아탄 이가 분명히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금액 기준으로는 11월말 잔액(107억6800만달러)이 9월보다 도리어 감소했는데, 이는 증시 급락으로 자산가치가 줄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현재까지만 보면 미국으로 간 것은 좋은 선택이 아니다. 그때 이후 미·중이 만났고, 연준의 긴축 기조도 살짝 누그러졌지만,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감이 커지면서 미국은 오히려 10월 폭락장보다 더 떨어진 종목이 속출해 있는 상태다. 다우지수와 S&P500은 10월 저점과 유사한 수준에 머무르고 있고, 나스닥은 지난 11월 20일 이미 전저점을 한번 경신했다.

우리가 자산을 갈아탈 때 흔히 하는 실수는, 그때까지 성적이 좋았던 종목(혹은 영역)으로 갈아탄다는 점이다. 여태까지 좋았다고 앞으로도 좋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어쩌면 성적이 안좋은 영역이 먼저 떨어지고, 그동안 제일 좋았던 최선호영역이 그 이후에 줄줄 미끄러지는 것일 수도 있다.

미국이 경기 침체에 빠진 것이 맞다면, 미국 등 선진국은 오히려 더더욱 피해야 한다. 물론 미국이 기침을 하면 한국이나 중국 등 신흥국은 몸살에 걸린다. 하지만 그렇다고는 해도, 미국이 금리를 올리지 못한다면 한국 등은 비교적 운신의 폭이 넓어진다. 신흥국은 달러 약세란 조건 아래에서 오히려 금리를 내리는 식의 방법으로 경기 부양책을 마련할 수 있는 것이다. "내년 뜬금포 강세장이 올 것"이라고 말하는 애널리스트들 대부분이 이 같은 시나리오를 근거로 한다. 이 같은 예측이 맞든 틀리든, 미국이 경기 침체에 빠진 것이 사실이라면 신흥국 강세론과는 별개로 미국 주식 자체는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세상은 돌고 돈다. 지난 9.13 대책 이후 서울 부동산이 지지부진하고, 그동안 덜 주목받았던 인근 수도권 부동산은 우상향하고 있다. 지금 좋다고 영원히 좋은 자산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