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 경제팀의 실세로 꼽히는 김상조〈사진〉 공정거래위원장이 소득주도성장 모델의 부작용을 인정하는 반성문을 썼다.

김 위원장은 10일 중소 철강업체 대표들과의 기업 간담회 참석차 포항 철강산업단지를 방문한 뒤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으로 중견·중소기업에 큰 어려움을 준 데 대해 공직자로 뼈아프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또 "가장 불공정한 기업이 정부라는 지적도 뼈아프다. 소득주도성장 기조는 유지해도 속도나 강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현장 목소리를 잘 듣고 국무회의에 잘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열린 철강업체와의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은 김 위원장에게 "제조원가에서 인건비 비중이 높은데 최저임금 상승에 따라 어려움이 가중됐다"는 하소연을 쏟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지난 7월 하도급법이 개정돼 공급 원가가 오를 경우 원사업자에게 하도급 대금 증액을 요청할 수 있다"고 답변했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담을 원청업체도 나눠 져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며 중소기업인들을 달랜 셈이다.

소득주도성장 모델의 부작용을 자인하는 듯한 태도와는 별개로 김 위원장의 '대기업 때리기' 행보는 계속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중소업체 대표들에게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힘의 불균형에 따른 문제 해소는 공정위의 역점 추진 사항"이라며 "대형업체로부터 부당한 하도급 대금 결정이나 감액 등 불공정 거래 행위를 당하면 익명제보센터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제보해달라"고 당부했다. 일각에선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 등 다른 1기 경제팀 인사들의 교체에도 자리를 지킨 김 위원장이 공정 경제를 내세워 기업들 '군기 잡기'를 강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정위는 최근 태광·금호아시아나·하림·대림 그룹을 상대로 일감 몰아주기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이런 행보를 두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는 수준이 아니라, 공정위가 중립성을 잃고 대기업 때리기 일변도의 정책을 펼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