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국가 원자력 연구개발(R&D) 중 원전 건설·개발과 관련된 발전(發電) 분야 예산이 원전 해체·안전 분야의 절반 수준까지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발전 분야는 그동안 원자력 R&D 분야 중 가장 많은 예산이 투입된 분야로 원전 기술 자립과 해외 수출에 기여했다. 하지만 탈(脫)원전 정책을 앞세운 문재인 정부 들어 예산이 2년 연속 깎였다.

10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내년 원자력 발전 분야 연구 예산은 올해(481억원)보다 19.9% 줄어든 386억원으로 책정됐다. 반면 원전 해체·안전 분야 예산은 올해 657억원에서 내년 700억원으로 6.6% 늘어난다. 발전 분야 예산은 올해 처음 해체·안전 예산에 추월당했는데 내년에는 해체·안전의 절반 가까이로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정부가 차세대 원전으로 거론되는 소듐냉각고속로(SFR, 물 대신 소듐을 냉각재로 사용해 기존보다 발전 효율을 60배 높인 원자로)와 사용 후 핵연료 처리 등 원천 기술 개발 예산을 줄이고 있어 이런 추세는 계속될 전망이다.

반면 정부는 원자력 안전 분야 예산은 꾸준히 늘려간다는 방침이다. 과기정통부는 이날 "내년부터 2025년까지 7년 동안 원전의 지진 대응과 사고 예방 등 안전 연구 분야(해체 분야 제외)에 674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과기부 관계자는 "원자력 발전 분야 기술은 이미 세계적 수준으로 올라왔고, 원자력 비중을 축소하는 정부 정책에 따라 원자력 연구 정책의 방향 전환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원자력 안전 기술도 사실상 발전 분야에서 개발된 원천 기술을 바탕으로 나온다"며 "원전 산업 경쟁력을 좌우할 발전 분야 기술 확보를 늦추면 향후 30년간 600조원으로 예상되는 세계 원전 시장을 중국 등 경쟁국에 빼앗기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