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디지털 G1(유일한 강대국)'이 되는 시나리오를 생각할 때입니다."

정유신〈사진〉 핀테크지원센터장(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장)은 10일 인터뷰에서 "미·중 무역 전쟁의 배후엔 4차 산업혁명의 기술 주도권 다툼이 놓여 있는데, 지금은 아닐지라도 앞으로 중국이 승리할 가능성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정 센터장은 최근 중국이 '디지털 G1'으로 굴기(崛起·우뚝 섬)할 가능성을 점검한 '중국이 이긴다'란 책을 냈다. 정 센터장은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 스쿨과 중국 인민대학에서 모두 경영학 석사(MBA)를 받아 미·중 사정에 모두 정통한데, 2015년부터 금융위원회 산하 핀테크지원센터장으로 활동하면서 현장감도 갖췄다.

정 센터장은 중국의 디지털 G1 전략을 '시장 확대'와 '기술 혁신' 두 가지로 정리했다. 우선 시장 확대는 '인터넷 플러스' 전략이다. 정 센터장은 "중국은 예전엔 겉으로만 하나였지 31개 성(省)으로 나뉜 갈라진 시장이었지만, '인터넷 플러스' 전략으로 공유 경제와 디지털 플랫폼을 육성해 하나의 모바일 시장으로 만들었다"며 "심지어 최근엔 알리페이 등 결제 시스템을 앞세워 동남아까지 하나의 시장으로 묶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기술 혁신은 현재 미국의 견제를 받는 '제조 2025' 전략이다. 정 센터장은 "'제조 2025'의 미래 기술은 인공지능(A·AI), 빅데이터(B·Big Data), 클라우드(C·Cloud·가상 저장 공간), 드론(D·Drone·드론으로 대표되는 로봇) 등 'ABCD'가 핵심인데, 'ABCD' 분야에서 최근 4~5년간 논문, 특허, 투자, 인력 등의 면에서 중국의 발전 속도가 미국보다 훨씬 빠르다"고 했다.

정 센터장은 중국의 잠재력이 크다는 걸 빅데이터를 예로 들어 설명했다. 정 센터장은 "미국은 플라스틱 카드 사회여서 빅데이터가 숫자(카드 결제)에 머무르지만, 중국은 스마트폰 사회여서 빅데이터 종류가 숫자 외에도 문자(소셜미디어), 카메라 동영상 등 3배가 많다"며 "중국이 미국보다 인구가 5배, 데이터 종류는 3배가 많은데 여기에 개인정보 규제도 적은 걸 감안하면 약 20배 정도 빅데이터 기반이 넓다"고 했다. 그는 "이 상태로 3~5년 지나면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인공지능 면에서 중국이 미국을 훨씬 앞지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정 센터장은 "과거 영국과 미국의 패권 전쟁에서 봤듯이, 기술에서 따라잡히면 시장 규모가 큰 나라가 세계 경제 패권을 장악하게 된다"며 "이런 이유로 중국이 '디지털 G1'으로 도약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정 센터장은 "중국 전략을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우선 정부가 나서서 규제를 없애 디지털 시장을 키워야 한다"며 "중국 선전과 같은 창업 클러스터를 구축해 창업 비용을 낮추고, 스타트업(창업 기업)들이 미래 성장 동력을 찾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