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의 맛과 식감을 그대로 재현해낸 ‘실험실 고기’가 세계 식품업계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글로벌 육류시장이 인구 증가와 환경 오염이라는 한계에 봉착하자, 고기를 대체할 가짜 고기가 미래식량으로 각광받고 있다. 이에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부터 국내외 유수 식품 대기업까지 관련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육류 소비량은 세계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현재 74억명에서 2050년 97억명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연간 육류 소비량도 지금보다 7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매년 2억톤(𝘵) 이상의 육류가 추가로 필요한데, 현재 축산업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다.

증가하는 육류 소비량에 대응하려면 가축 수는 물론, 가축에게 먹일 사료를 재배할 경작지를 늘려야 한다. 이럴 경우 온실가스 배출량이 급증해 환경이 오염되고 육류 가격도 오르게 된다. 이미 가축의 배설과 운송, 사료 생산 등으로 생기는 온실가스가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14.5%를 차지한다.

임파서블 푸드가 식물성 원료로만 만든 햄버거 ‘임파서블 버거’

실험실 고기를 포함한 대체육은 이런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등장했다. 실리콘밸리 스타트업부터 글로벌 식품 기업까지 실험실 고기·유제품, 식물성 고기, 식용 곤충 등 대체 식량 개발에 한창이다.

미국 최대 육류 업체 타이슨푸즈(Tyson Foods)는 식물성 고기를 생산 중인 비욘드미트의 지분 5%를 지난해 인수했다. 비욘드 미트는 식물에서 추출한 단백질을 효모, 섬유질 등과 배양해 고기의 풍미, 육즙, 식감을 구현한 식물성 고기를 만들어 미국 내 식당에 공급하고 있다.

타이스푸즈는 올해 1월에는 배양육을 만드는 미국 스타트업 멤피스미츠, 5월에는 이스라엘 배양육 스타트업 퓨처미트에도 잇따라 투자하면서 육류 사업 다각화에 나섰다. 2021년 상용화를 앞두고 있는 배양육은 건강한 소의 배아 줄기세포와 성체 줄기세포를 떼어내 배양 접시에서 키워낸 고기를 뜻한다.

톰 헤이스 타이슨푸즈 전 최고경영자(CEO)는 "식물성 고기와 실험실 고기는 전통 육류 시장보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비욘드미트나 멤피스미츠 같은 지속가능한 육류를 만드는 업체에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타이슨푸즈는 2016년 사내 벤처투자사 ‘타이슨벤처스’를 설립하기도 했다.

이밖에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와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 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미 식품회사 제너럴 밀스, 농업회사 카길, 맥도널드 전 CEO인 돈 톰프슨, 벤처캐피털 클라이너 퍼킨스 등도 대체육의 시장의 가능성을 보고 비욘드미트, 멤피스미츠, 임파서브블푸드 등 ‘대안 고기 3사’에 투자했다.

비욘드미트의 초기 투자자로 참여한 빌 게이츠는 "가짜 고기가 진짜보다 맛있다" 극찬하기도 했다.

지난 1~5월 실리콘밸리 벤처투자사들이 미래식량을 연구하는 첨단 푸드테크(foodtech) 기업에 투자한 금액만 13억달러(약 1조4600억원)에 달한다. 여기에는 대체육 생산업체는 물론, 인공 계란 생산업체 저스트, 식물성 버터와 치즈를 만드는 미요코 키친 등이 포함된다.

인공 계란 생산업체 저스트에서 만든 달걀을 넣은 샌드위치

국내에선 동원F&B가 지난 9일 비욘트미트와 독점 공급계약을 맺고 내년 초부터 정식유통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CJ제일제당(097950)은 식용 곤충을 활용한 미래식량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연구 성과는 4~5년 뒤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풀무원그룹도 지난 5월 ‘7대 로하스전략’을 발표하면서 ‘육류대체’를 미래 전략사업으로 키우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상용화를 앞두고 해결할 문제도 많다. 배양육은 혁신적인 기술이지만, 아직 생산비가 높다는 단점이 있다. 멤피스미츠는 5년 전 1파운드(약 450g)당 30만달러였던 배양육 생산원가를 지난 9월 기준 2400달러(약 270만원) 수준으로 낮췄다. 최종적으로는 5달러(약 5630원) 이하로 줄이는 게 목표다.

이밖에 실제 고기와 비교했을 때 맛이나 식감에 차이가 있어 입맛이 까다로운 소비자를 만족시키기엔 멀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자연산이 아닌 ‘인공육’에 대한 대중의 거부감도 넘어서야 할 과제 중 하나로 식품업계는 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