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혈경쟁을 이어오던 택배업계가 최저임금 상승, 물류시설 투자로 고정비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택배 단가 정상화’에 나섰다. 특히 시장을 주도하는 CJ대한통운(000120), 한진(002320), 롯데글로벌로지스 등 대형 3사가 본격적인 운임 제값받기에 나서면서 택배비 인상이 이뤄질지 관심이 집중된다.

10일 택배업계에 따르면 CJ대한통운, 한진, 롯데글로벌로지스 등 택배 대형 3사는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낮아진 단가로 수익성이 악화되자 최근 택배 단가 제값받기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3사들이 고정비 부담이 늘어난 상황에서 저운임 치킨게임(죽기살기식 경쟁)이 이어질 경우 수익성이 크게 악화될 것을 우려해 운임 정상화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CJ대한통운 터미널

CJ대한통운은 지난 10월부터 본격적인 택배 제값받기를 추진하면서 판매가격 정상화를 추진하고 있다. 회사는 이미 택배 제값받기를 통해 지난 9월 택배 평균판매단가(ASP)를 전년 동기 대비 0.5% 올리는데 성공했다. CJ대한통운은 내년 단가는 올해보다 3~4%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한진과 롯데글로벌로지스 등도 단가가 낮은 신규 화주 유치를 중단하고 택배 단가 현실화에 나섰다. 이들은 기업고객보다 단가가 높은 개인고객 물량 확보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또 인력 투입을 줄이기 위해 자동분류기를 증설해 수익성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한진과 롯데글로벌로지스 3분기 택배 운임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 올랐다.

그동안 택배는 업체 간 서비스 차별성이 크지 않기 때문에 화주기업이 가격협상을 주도해왔다. 하지만, 택배회사들도 물량 확보를 위해 과당 경쟁을 펼치면서 택배 단가가 계속 떨어졌다.

택배 산업은 온라인 쇼핑 시장 급성장 등으로 매년 10%가 넘는 성장률을 보였지만, 출혈 경쟁이 단가 하락으로 이어지면서 정작 택배업체들은 이익을 내기 힘든 상황이 이어졌다. 지난해 CJ대한통운과 한진 택배부문의 영업이익률은 각각 3%와 1% 수준에 그쳤고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적자를 기록했다. 실제로 택배 물동량은 2011년 12억9906만개에서 2017년 23억1946만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사이 택배 평균단가는 2011년 2534원에서 2017년 2248원으로 낮아졌다.

한진컨테이너

결국 수익성 악화를 면치 못하던 택배업체들이 출혈경쟁을 중단한 모습이다. 운임을 낮춰서라도 물량을 하나라도 더 확보하기보다 적은 물량이라도 높은 운임을 받는 방식으로 영업 방식을 바꾸는 것이다.

대형 3사 과점 구조가 공고해지면서 택배 단가 인상이 가능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CJ대한통운, 한진, 롯데글로벌로지스 등 택배 상위 3사의 물량 점유율은 2015년 67%에서 올해 73%로 상승했다. 특히 CJ대한통운의 물량 점유율은 올해 3분기 48.8%를 기록하면서 절반에 육박하고 있다.

택배업계 관계자는 "최근 들어 업계 전반적으로 더 이상 무리한 경쟁을 하지 말자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며 "이런 움직임에 공감하는 화주들도 늘고 있다"고 했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택배업계가 더 이상의 물량 싸움보다는 체질 개선을 통한 단가 정상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상위 업체 지배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운임 반등은 택배시장이 공급자 중심으로 변해가는 신호라는 점에서 중요하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