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으로 인한 연간 사회경제적 지출이 11조4000억원을 넘으며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비만의 사회경제적 영향을 연구한 결과 비만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총지출이 2016년 기준 11조4679억원으로 나타났다고 10일 밝혔다. 이는 당해 연도 국내총생산(GDP)의 0.7% 규모에 이르는 수준이다.

비만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총지출을 따져보면, 이 중 의료비 규모가 51.3%(5조8858억원)으로 가장 컸다. 비만에 따른 건강보험 재정 부담이 크다는 얘기다.

그 다음으로 비만에 의한 노동력 감소를 뜻하는 '생산성저하액'이 20.5%(2조3518억원), 질병 치료를 위해 직장을 결근해 노동력이 떨어지는 것을 의미하는 '생산성손실액'이 13.1%(1조4976억원)로 분석됐다. 이어 조기 사망에 따른 미래소득 손실액을 뜻하는 조기사망액 10%(1조1489억원), 간병비 4.3%(4898억원), 교통비 0.8%(940억원) 순으로 지출 규모가 큰 것으로 추계됐다.

성‧연령별 비만에 대한 항목별 사회경제적 비용. 비만도에 따라 18.5 이하는 저체중, 18.5~22.9는 정상체중, 23~24.9 과체중, 25~29.9는 비만, 30 이상은 고도비만으로 구분된다.

성별 비중을 살펴보면, 남자 발생 비용이 56.6%(6조4905억원), 여자 발생 비용이 43.4%(4조9774억원)로 남자가 여자에 비해 1.3배 비용이 크게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대별 비중으로는 50대가 26.8%로 가장 크고, 다음으로 60대(21.2%), 40대(18.2%), 70대(15.9%), 30대(7.9%), 80대 이상(7.3%), 20대 이하(2.6%) 순으로 지출 규모가 컸다. 사회·경제적 허리 역할을 하는 30대~50대가 총 지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질병군별로 구분해 보면 ‘당뇨병’에 의한 비용이 22.6%(2조624억원)로 가장 많았다. 이어 고혈압 21.6%(1조 9698억원), 허혈성심장질환 8.7%(7925억원), 관절증 7.8%(7092억원)으로 꼽혔다.

연구를 수행한 이선미 건강보험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30~50대가 총지출의 52.9%를 차지하고 고혈압 및 당뇨병이 총지출의 44.2%에 달한다"며 "비만이 생산가능인구의 건강을 저해하고, 만성질환 진료비 증가로 이어지고 있어 향후 비만관리대상 우선순위 설정 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소득·재산별로 분석해보면, 건강보험료를 적게 내는 저소득층과 건강보험료를 많이 내는 고소득층의 ‘비만 지출’이 크게 나타났다.

소득과 재산이 반영된 건강보험료 분위에 따른 비만 의료비 지출을 보면, 저소득층으로 의료급여군에 속하는 ‘0분위’의 지출 비중이 가장 크고, ‘1분위’부터 전반적으로 지출 비중이 감소하다가 ‘14분위’ 이상부터 다시 지속적으로 지출 비중이 증가했다. 고도비만 이상을 제외한 과체중과 비만에서는 고소득층인 ‘20분위’의 비중이 ‘0분위’의 지출 비중을 조금 웃돌았다.

즉, 그래프를 그려보면 양 극단에 있는 저소득층(0분위)과 고소득층(20분위)의 비만 진료비 지출 규모가 4760억원대로 전체 소득분위에서 가장 큰 유(U)자형 패턴을 보이는 것이다. 최저소득층과 최고소득층에서 비만에 따른 당뇨병, 고혈압 등 질환으로 인한 건강보험 의료비 지출이 크다는 의미다.

그동안 비만율을 소득·재산별로 보면 여성의 경우 소득 수준이 낮을수록 비만율이 높고, 남성의 경우 대체로 소득에 따라 비례해 고소득자의 비만율이 높은 것으로 분석돼왔다. 저소득층의 비만 원인은 식습관이 불균형하고 따로 시간을 내 운동, 관리하기 어려운 것이 주 원인으로 지목되고, 고소득층 비만 원인은 과식, 과음 등으로 꼽힌다.

작년 기준 최하위 1분위(5% 저소득층)는 월평균 건강보험료를 1만5373원을 냈고, 최상위 20분위(5% 고소득층)는 38만1346원을 냈다. 최하위 1분위의 월 최대보험료는 2만8960원이었고, 최상위 20분위의 월 최대보험료는 238만9860원이었다.

소득분위별 비만에 기인한 의료비 지출 비중.

비만에 따른 의료비(비급여제외) 지출을 거주 지역에 따른 1인당 비용으로 살펴보면, 전라남도가 약 33만8000원으로 지출 비용이 가장 크고, 다음으로 전라북도 약 32만5000원, 부산광역시 약 31만6000원, 강원도 약 30만7000원 순으로 지출 비용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기존에 알려진 소득분위·지역별 비만율 현황과는 다소 다른 패턴이다. 작년 비만백서를 통해 발표된 비만율 현황은 건강검진자료의 체질량지수(BMI)를 산출해 분석한 값으로 지역별 비만율의 경우 강원‧제주가 가장 높고 소득순위별 비만율에서는 여성의 경우 소득 수준이 낮을수록 비만율이 더 높았다. 남성 비만의 경우 대체로 소득 수준과 비례했다.

이번 의료비 현황은 비만율뿐 아니라 비만과 관련한 질병의 유병률, 각 질병군별 의료비 지출규모 등이 종합적으로 반영돼 나타난 결과라고 국민건강보험공단 측은 설명했다.

정영기 보건복지부 건강증진과장은 "비만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지출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특히 진료비의 경우 3년 사이 1조5000억원 이상 상승했다’며 "비만은 발병 이전에 예방․관리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만큼 이를 위해 국가 비만관리 종합대책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김용익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비만에 따른 의료비 지출 비중이 51.3%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며 "공단의 빅데이터를 활용해 비만예방관리사업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강화해 지속적으로 가입자를 위한 보험자의 역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발표 내용은 2003~2004년 일반건강검진 수검자 중 비만 관련 질병(45개 군)에 대한 과거력이 없는 1009만1251명을 대상으로 2016년 기준 건강보험 검진‧자격‧진료내역 자료, 통계청 사망원인 자료를 연계한 코호트를 바탕으로 연구된 것이다. 병‧의원 및 약국에 지출되는 의료비를 비롯해 의료기관을 이용할 시 발생하는 부대비용인 간병비, 교통비를 포함하는 직접의료비 지출과 조기사망, 생산성 저하로 인한 간접비를 합한 총 비용으로 추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