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졸 취업자 월급, 수도권 265만원 vs 비수도권 236만원

광주·전남·전북 등 호남 지역 소재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한 청년 가운데 38.9%는 수도권을 비롯한 다른 지역에서 일자리를 찾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울산·대구·경남·경북 등 영남권 소재 대학 졸업자도 해당 권역을 벗어난 외지(外地)에서 일자리를 얻은 비율이 23.0%에 달했다. 일자리를 찾아 밖으로 나간 대졸 취업자 가운데 다수는 수도권에 자리를 잡았다. 반면 수도권 소재 대학 출신 취업자 가운데 수도권을 벗어난 비율은 10.3%에 불과했다. 수도권 외 지방에 일자리가 부족하다 보니 현지 대학을 졸업하고 수도권으로 오는 경우가 많은 셈이다.

최기성 한국고용정보원 부연구위원은 이달 초 발간된 ‘고용동향브리프 11월호’에 게재한 ‘경상권과 전라권 대학 졸업자의 취업 및 일자리 특성’ 보고서에서 2014년 8월과 2015년 2월 대졸(2년제 이상) 취업자들의 2016년 8월 현재 직장 소재지와 급여를 분석했다. 분석에 사용된 자료는 고용정보원이 작성하는 ‘2015 대졸자 직업이동경로 조사(2015GOMS)’였다.

분석 결과 호남(전라권) 소재 대졸 취업자들 가운데 지역에 남아있는 비율은 61.1%에 불과했다. 나머지 38.9%는 다른 지역으로 이동했다. 25.5%는 수도권이었고, 충청·강원·제주 등으로 간 취업자도 9.3%에 달했다.

영남(경상권) 소재 대졸 취업자 가운데 영남 지역에 남아있는 사람은 77.0%였다.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간 사람은 23.0%였는데, 수도권이 16.1%로 가장 많았고, 충청·강원·제주 등으로 간 취업자는 5.5%였다. 반면 수도권 대학을 졸업한 취업자는 89.7%가 수도권에서 직장을 잡았다. 지방으로 이동한 사람은 10.3%에 불과했다.

호남 소재 대학 졸업자가 수도권에 취업한 경우 월 평균 급여는 214만원으로 호남에 남은 대졸 취업자(194만원)보다 20만원 많았다. 영남은 수도권 취업자의 월 평균 급여는 231만원으로, 영남권 취업자 평균(231만원)보다 25만원 많았다.

최기성 연구위원은 "호남권 대졸자 중 수도권 취업자는 지역에서 자신에게 적합한 일자리를 찾지 못해 더 높은 임금을 받을 수 있는 수도권으로 취업하고, 영남권 대졸자 중 수도권 취업자는 지역에서 적합한 일자리를 찾을 수 있어도 수도권에서 더 높은 임금을 받을 수 있어 수도권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역 일자리가 양과 질 모두 부족하기 때문에 대졸자들이 취업을 위해 수도권으로 이동해왔다는 것이다. 또 호남의 경우 영남과 비교해 일자리가 양적으로 부족한 것이 대졸 취업자들이 대거 수도권행을 선택한 이유란 설명이다.

지난 11월 인천에서 열린 한 일자리 박람회에서 취업 준비생이 상담을 받고 있다.

문영만 부경대 교수가 같은 대학 홍장표 교수(전 청와대 경제수석)과 함께 2017년 발표한 ‘청년층의 노동시장 격차 및 지역인재 유출요인’ 논문도 지방의 일자리가 양과 질 두 측면에서 수도권보다 열세에 있음을 보여준다. 두 교수는 고용정보원의 ‘청년패널조사’ 자료를 사용했다. 그 결과 2014년 현재 대졸 취업자가 수도권 소재 회사에 다니면 월 평균 265만원을, 비수도권 소재 회사에 다니면 월 평균 236만원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호남 소재 회사에 다닐 경우 급여는 월 평균 216만원으로 영남(245만원)이나 충청·강원(234만원)보다 낮았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임금 격차는 2011년 월 23만원에서 2013년 월 32만원으로 벌어진 뒤 계속 월 평균 30만원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고졸 이하 취업자의 임금은 비수도권이 수도권보다 높아지는 현상이 발생했다. 2014년 현재 비수도권 고졸 이하 취업자의 월 평균 급여는 219만원으로 수도권(208만원)보다 12만원 높았다. 전체 취업자의 경우 수도권 239만원, 비수도권 231만원으로 8만원 차이가 났다.

문 교수는 지역 소재 대학을 졸업한 뒤 취업한 지역에 따른 임금 격차를 분석했다. 수도권에 취업한 지역 소재 대졸자는 6.5% 높은 임금을 받았다. 수도권으로 이동한 취업자에 비해 호남권 취업자는 10.7%, 영남권 취업자는 7.5% 각각 임금이 낮았다. 문 교수는 "호남권의 경우 수도권으로 이동한 취업자와 현지에 남은 취업자 사이에 임금 격차가 점차 더 심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용률에서도 수도권과 지방의 차이는 컸다. 2016년 현재 청년층(15~29세) 고용률은 수도권이 44.7%로 비수도권(39.5%)보다 5.2%포인트(p) 높았다. 충청 지역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의 청년 고용률은 37.4%로 떨어지고, 수도권과의 격차는 7.3%p로 확대됐다. ‘괜찮은 일자리’인 대기업도 수도권에 몰려있었다. 2015년 현재 종사자 수 1000명 이상 대기업 557개 가운데 61.4%(342개)가 수도권에 있었다.

유출자 가운데 67.1%는 4년제 이상 대학 졸업자였다. 문 교수는 "수도권 지역이 임금수준, 대기업 정규직 취업 기회, 고용률 등에서 모두 우위에 있는 상황이라 지역 소재 대학을 졸업한 고급 인재들이 수도권으로 몰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 인재 유출은 노동 시장 격차가 해소되지 않으면 계속될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