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요즘 장 분위기를 '천하제일 단타대회'라고 칭했다. 호재가 나오거나 신사업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가가 오르면, 어느 정도의 호재인지에 대한 분석 없이 무조건 빨리 파는 사람이 이긴다는 것이다. "아무리 대형 호재라도 필요없다"는 기류라고 한다.

인트론바이오(048530)는 지난달 20일, 시가총액과 비슷한 수준인 6억6750만달러 규모의 기술이전 계약을 공시하고 당일 장 초반 상한가 인근까지 올랐으나 결국에는 1.74% 소폭 상승 마감에 그쳤다. 이후로는 연일 내려, 현 주가는 기술 이전 공시 전과 비교해 22%나 내렸다. 기관의 투매 때문이다.

강스템바이오텍(217730)도 지난달 28일 아토피 피부염과 관련한 줄기세포 치료제의 1/2a상 3개년 장기추적 결과를 발표하고, 당일 12.3% 빠졌다.

또 최근 약세장임에도 승승장구하던 아이디스(143160)가 지난 5일과 6일 각각 22.99%, 19.84% 급락세로 돌변했다. 조이시티(067000)도 중국에서 게임이 잘 된다고 하면서 기관 투자자들이 지난 3~5일 주식을 사서 띄워놓더니, 6일엔 한꺼번에 다 털었다. 이날 기관 매도에 조이시티는 8.43% 내렸다.

이 종목들의 공통점은 그동안 주식을 꾸준히 매수해오던 기관투자자들이 하루아침에 태도를 싹 바꿔 '몽땅' 팔아치우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 매도하지 않으면 망할 것처럼 팔아대다 보니, 개인은 덩달아 눈물의 손절매를 할 수밖에 없다.

기관이 왜 이럴까. 호재가 나오면 빨리 수익을 확정지어야 한다는 조바심이 큰 것 같다. '오나미(오프로 나면 미련 없이 판다)', '삼치기(삼프로 먹고 치고 빠지기)' 등이 올해의 트렌드다. 안 팔고 버티면 미련한 펀드 매니저 취급을 받는다.

매니저들 얘기를 들어보면 지난 10월 24일 'JYP 사태' 이후 단타 경향이 더 심해졌다고 한다. JYP Ent.(035900)는 작년 12월 1만1000원대였던 주가가 올해 10월 23일 한때 3만9800원까지 올랐다. 트와이스 효과다. 그런데 10월 23일 장 마감 후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3분기 이익이 100억원까지는 안 나올 것 같다"고 하면서 투매가 시작됐다. JYP는 24일 하루에만 20.31% 급락했는데, 이후로도 한동안 급락세가 이어졌다.

한 매니저는 "요즘은 눈치게임하듯이 누가 먼저 팔기 시작할지가 초미의 관심"이라며 "JYP의 경우 끝까지 버티려고 하다가 결국 돈 한 푼 벌지 못한 매니저가 많았다. 이 때문에 요즘에는 한명이 팔기 시작하면 모두 따라 판다"고 했다.

올해 개인의 누적 순매수는 코스피가 6조8143억원, 코스닥이 4조3343억원이다. 개미가 눈물 흘리며 사들인 주식이 11조원을 훌쩍 넘었다. 이 사이 외국인은 떠나고 있고, 기관은 단타를 친다. 개인 투자자들이 이런 상황에서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까.

매니저들도 할말은 있다. 무엇보다 트럼프 트위터가 무섭다고 한다. 언제 갑자기 트럼프 대통령이 이상한 글을 올릴지 몰라 주가가 오르면 냅따 팔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결국 이 모든 건 트럼프 때문인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