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등재 회사 97곳 중 75.2%가 사익편취 회사
8개 기업 집단은 오너 일가 이사등재 아예 없어

대기업집단 오너 2·3세가 등기이사로 재직하는 회사 10곳 중 7곳이 내부 거래 비중이 높아 사익편취 규제대상이거나 아슬아슬하게 규제에서 벗어난 회사인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6일 발표한 ‘2018년 공시대상 기업집단 지배구조 현황’에서 자산 규모가 10조원이 넘는 기업집단 56개를 대상으로 오너(대주주) 일가의 이사 등재, 사외이사 현황, 이사회 내 위원회 운영, 소수주주 권한 행사 등을 분석했다. 분석 대상인 계열사는 총 1884사로, 그 가운데 오너가 있는 기업집단 소속사는 총 1774개다. 소속사 중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는 217개사, 사각지대 회사는 333개사였다.

오너 2·3세가 이사로 등재된 회사는 97개였는데, 그 가운데 4분의 3(75.2%)인 73개사가 사익편취 규제대상이거나 사익편취 규제 대상에서 아슬아슬하게 빗겨나간 사각지대 회사로 나타났다. 사익편취 규제 대상은 52개, 사각지대 회사는 21개였다. 공정위는 오너 일가 지분율이 30%인 상장사 또는 20% 이상인 비상장사를 사익편취 규제대상으로 삼는다. 총수 일가 지분율이 20~30%인 상장사와 그 자회사,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의 자회사는 사각지대 회사로 규정하고 있다.

오너 본인이 사익편취 규제 대상 회사의 이사로 등재된 곳은 40개사로, 사각지대 회사 이사로 등재된 곳은 34개사로 오너 본인이 이사를 맡고 있는 155개사 가운데 각각 25.8%, 21.9%였다. 이를 합치면 47.7%다. 신봉삼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오너 2·3세가 사익편취 규제 대상 및 사각지대 회사 이사를 맡고 있는 비율이 월등히 높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오너 외 다른 일가가 이사로 등재된 계열사 비율이 줄어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오너 일가가 이사를 맡고 있는 계열사는 전체의 15.8%로 2015년 18.4%와 비교해 2.6%포인트(p) 줄었다. 하지만 오너 본인이 이사로 등재된 계열사 비율은 2015년과 2018년이 각각 5.4%로 같았다.

오너 일가는 대기업 집단 주력 회사(자산 규모 2조원 이상 회사) 이사를 많이 맡고 있었다. 주력회사 가운데 오너 일가가 이사로 등재된 회사는 총 107개사 가운데 50개사로 46.7%에 달했다. 자산 규모 2조원 이하 회사에서 오너 일가의 이사 등재 비율은 20.2%에 불과했다. 지주회사의 경우 63.6%가 오너 본인이 이사로 등재되어 있었고, 22.8%는 본인 외 다른 일가붙이가 이사를 맡았다. 지주사 체제로 전환된 기업집단의 경우 지배구조 핵심인 지주사 이사를 오너 일가가 맡고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14개 기업집단은 오너가 이사로 등재된 계열사가 한 곳도 없었다. 그 가운데 한화(000880), 신세계(004170), CJ(001040), 미래에셋, 이랜드, DB, 동국제강(460860)등 8곳은 오너 2·3세가 이사 등재된 회사가 하나도 없었다. 신 국장은 "기업 집단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으면서 경영 책임을 지고 있지 않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내부거래 등에 대한 이사회 감시는 느슨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는 이사회 안건 5984건 가운데 내부거래 안건 810건을 분석한 결과 부결안건이 하나도 없었다고 밝혔다. 내부거래위원회를 설치한 비율이 2015년 24.7%에서 2018년 35.6%로 큰 폭으로 증가했지만, 내부 통제가 제대로 되고 있지 않다는 의미다.

공정위는 "대규모 내부거래 안건 295건을 따로 살핀 결과 수의계약 사유를 기재하지 않고, 시장 가격 및 대안 검토가 누락되는 등 안건내용이 부실한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신 국장은 "추천위원회, 감사위원회, 내부거래위원회 등이 늘어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정부 규제에 대응하는 성격이 강한 실정"이라며 "실제 작동은 미흡하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대기업집단 소속 상장사 253개사에서 전자, 서면, 집중 투표제 등 소수 주주권 보호 장치가 도입된 비율은 전체 상장사보다 훨씬 낮다"며 "소수주주권 보호가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대기업집단 소속 상장사의 전자투표제 도입 비율은 25.7%로 전체 상장사(1984개사) 내 비율 60.6%보다 낮았다. 집중투표제는 4.4%, 서면투표제는 8.3%만 각각 도입했다. 전체 상장사의 도입 비율 5.3%, 11.7%보다 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