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 분쟁 휴전의 '약발'이 사흘 만에 떨어졌다. 미국의 장·단기 금리 차가 역전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내년 경기가 침체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 협상이 기대만큼 순조롭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에 뉴욕 증시가 급락했고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주요 증시도 그 영향으로 동반 하락했다.

◇"장·단기 금리 역전은 위기의 전조"

4일(현지 시각) 뉴욕 다우 지수(-3.1%), S&P500 지수(-3.24%),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3.8%) 등 뉴욕 3대 지수가 일제히 급락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에서 경기 침체의 전조로 여기는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이날 미국 채권 시장에서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전날보다 0.07%포인트 떨어진 연 2.91%를, 2년 만기 금리는 0.03%포인트 떨어진 연 2.8%를 기록했다. 1개월 전까지만 해도 0.3% 정도를 유지하던 두 금리 차가 이날 0.11%까지 좁혀진 것이다. 전날 5년 만기 금리와 2년 만기 금리 차는 11년 만에 역전됐다. 내년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경제 성장이 둔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이미 제기된 상황에서, 장단기 금리 차가 급격히 줄어들자 투자 심리가 급속히 냉각됐다.

채권은 장기 금리가 단기 금리보다 높은 것이 보통이다. 만기가 길수록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 흐름이 뒤집힌다는 것은 경기 침체를 예고하는 신호로 여겨진다. 앞으로 경기가 나빠질 것으로 예상될 때는 미래에 자금 수요가 줄 것이라고 보기 때문에 장기 금리가 떨어진다. 멀리 봐도 경기 침체가 계속된다고 보면 장기 금리가 단기 금리보다 낮아지는 이상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미국 듀크대 연구에 따르면 1960년대 이후 7번의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벌어졌는데, 5~23개월 이후 예외 없이 경기 침체 국면에 들어섰다. 지난 3월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은 "장·단기 금리 차이는 놀라울 정도로 미래 경제 활동에 대한 정확한 예측력을 갖고 있다"며 "과거 두 금리의 역전은 경기 침체로 이어졌다"는 보고서를 냈다.

◇대중 강경파가 미·중 무역 협상 주도

여기에 미국과 중국 간 무역 협상도 난항이 예고되면서, 지난 1일 양국 정상의 '휴전' 선언 효과가 빠르게 사그라들었다. 미·중 협상의 미국 측 대표가 자유무역론자인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에서 보호무역론자인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USTR) 대표로 교체됐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시장에서는 90일 이내에 양국 간 합의 도출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도 이날 "나는 관세맨(Tariff Man)"이라며 "무역 협상이 결렬되면 관세 부과 대상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지식재산권 문제 등 복잡한 사안에 대해 합의를 이루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노동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내년 3월 말까지 미·중 무역 협상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 환율조작국 지정 등 더 큰 갈등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증시도 이틀 연속 약세

미국 증시에서 불어온 '찬바람'에 5일 일본 닛케이 지수(-0.53%), 중국 상하이 지수(-0.6%) 등 아시아 주요 증시도 약세를 보였다. 국내 증시도 이틀 연속 하락했다. 코스피 지수는 전날보다 0.62% 내린 2101.31에, 코스닥은 1.06% 떨어진 701.12에 장을 마감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당분간 국내외 증시가 크게 출렁거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허진욱 삼성증권 수석 연구원은 "미·중 무역 협상과 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에 대한 투자자들의 해석이 엇갈리면서 금융 시장 변동성 확대 국면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무역 분쟁 불확실성과 미국 경기 둔화 우려가 한국 증시에 이미 반영이 되어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미국 증시에 비해 낙폭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