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월 초 방문한 충북 청주 주택시장이 심상찮다. SK하이닉스의 M15반도체공장 신설로 21만8000여명의 고용창출 효과가 나타날 것이란 기대로 지역 주택시장이 들뜰 것이란 예상과 달리 불과 한 달 만에 주택가격이 2% 가까이 급락했다. 전문가들은 공급 과잉으로 주택시장 분위기가 살아나지 않고 있고, 거주 인구마저 세종시에 뺏긴 탓으로 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10월 M15공장 준공식에서 올해 말까지 1000명, 2020년까지 2100명을 신규 채용하고, 공장 건립과 시설 투자에 20조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협력업체 신규고용도 3000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회사는 M15공장을 통해 2023년까지 총 21만8000명의 고용 창출 효과와 70조9000억원의 생산 유발 효과가 나타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문 대통령도 SK하이닉스 M15공장 준공식에 참석해 "SK하이닉스의 지속적인 투자계획을 응원하며, 정부도 기업 투자가 적기에 이뤄지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가 지난 10월 4일 완공한 충북 청주의 낸드플래시 공장 M15 전경.

기업의 대규모 투자는 주택시장에 호재다. 거주인구가 늘어나면서 주변 교통·생활인프라 등이 개발돼 집값이 오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청주 주택시장엔 이런 대형 호재도 먹혀들지 않았다. 10월 말부터 11월 말까지 청주 아파트 매매가는 1.71% 내렸다. 상당구는 2.22%, 서원구는 2%, 청원구는 1.6% 하락하며 내림세를 주도했다.

우리나라 산업의 중추인 반도체 산업의 대규모 거점이 들어서는 데도 주택시장이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한 건 꼬여버린 주택 수급 탓이다.

부동산114 자료를 보면 올해 들어 충북에 공급된 물량은 1만2131가구인데, 이중 청주에 9295가구가 집중됐다. 충북 전체 공급량의 80% 정도가 청주에 쏟아진 것이다.

입주량도 마찬가지. 충북 입주물량 2만3671가구 중 청주에만 절반이 넘는 1만3468가구가 몰렸다.

과거 5년간 공급 평균치를 보면 최근 청주에 얼마나 아파트가 많이 지어졌는지 알 수 있다. 2014년만 해도 청주에 공급된 물량은 6358가구에 불과했고 이듬해 8301가구가 공급됐지만, 2016년 다시 6216가구로 줄었다. 하지만 지난해 1만62가구가 쏟아지더니, 올해도 이와 비슷한 9295가구가 공급됐다.

쏟아진 물량 앞에선 장사도 없었다. 10월 청주 미분양은 2548가구에 달했다. 그나마 8월(3022가구)보다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안심할 수 없는 분위기다. 악성 미분양으로 꼽히는 준공 후 미분양도 202가구에 이르렀다. 이러다 보니 대형 호재에도 집값이 탄력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청주와 맞붙은 세종시로 수요가 옮겨가 청주 부동산 시장이부진에 빠졌다는 분석도 있다. 청주시에 따르면 2017년 10월부터 올해 10월까지 세종시로 전출한 인구가 5154명, 세종시에서 청주로 전입한 사람이 2261명으로, 순 전출인구가 2893명에 이른다. 인프라가 이미 갖춰지고 집값이 더 오를 것으로 전망되는 세종시에 수요가 몰리고 있다. 지난해 세종시 아파트 매매가는 3.05% 올랐고, 올해도 1.27% 올랐다.

서성권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선임연구원은 "세종시에 새 아파트와 교육·생활환경 인프라가 잘 갖춰지면서 주변 시∙군∙구에서 세종시로 인구가 이동하고 있다"며 "출퇴근 거리도 멀지 않은 데다 충북 중∙소도시보다 세종시의 주택시장 전망이 더 밝은 것도 이런 이동을 늘게 만드는 요인 중의 하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