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지지율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이른바 '이영자'(20대, 영남, 자영업자) 중에서도 자영업자의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가 3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자영업자의 문 대통령 지지율은 37.8%(전체 48.4%)를 기록했다. 지난 10월 1일 자영업자의 문 대통령 지지율이 60%(전체 65.3%)였던 점과 비교하면 자영업자의 지지율 하락(-22.2%p)이 전체 지지율 하락(-16.9%p)보다 큰 것이다. 같은 기간 영남과 20대 지지율이 각각 20%p와 14%p 줄어든 것과 비교하면 자영업자들 이탈 속도가 더 빠르다. 한국갤럽 조사 역시 5월 25일까지만 해도 자영업자 지지율이 73%로 전체 지지율(76%)과 비슷한 수치였지만 11월 30일 40%(전체 53%)까지 하락했다.

좌석 70여개… 점심 손님 1명 - 박순재씨가 운영하는 서울 영등포구의 한 식당. 지난달 28일 점심 식사시간에 70여개 손님 좌석은 모두 비어 있고 박씨 부부만 앉아 있다. 이날 이 식당을 찾은 손님은 1명이었다.

서울 동작구 사당동에서 식당을 하는 박모(51)씨는 "최저임금에 식재료비까지 인상돼 그나마 1명 쓰던 종업원마저 없앴는데 근로시간 단축이다 뭐다 해서 연말 회식 실종으로 손님까지 줄었다"며 "정부가 최소한 우리가 살 기반은 마련해 놓고 단계적으로 정책을 펴야 하지 않느냐"고 했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박순재(78)씨는 "식당 운영 40년 만에 이런 불황은 IMF 때도 없었다"며 "문 대통령이 경제를 살릴 생각은 하지 않고 소득 주도 성장 같은 엉뚱한 소리를 왜 자꾸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지난달 28일 점심시간에는 70여 좌석이 있는 박씨 식당에 손님 1명만 찾았다. 7000원짜리 추어탕 한 그릇이 매출의 전부였다. 전날에는 온종일 추어탕 4그릇밖에 팔지 못했다고 한다. 과거 식당 하루 매출이 200만~300만원에 이르렀다는 박씨는 "몇 달 전 점포를 내놨지만, 불경기라 나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며 "일수로 하루하루 버티고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자영업자 사이에서 나타나는 민심 이반 현상이 지속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정부가 경제 정책 기조를 바꾸지 않는다면 자영업자 지지율은 되살리기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에 따르면 전체 취업자 중 자영업자는 2007년 25.7% (604만8000명)에서 지난해 21.3%(568만2000명)로 다소 감소했다. 하지만 자영업자 비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 회원국 중 5위로 우리나라에서 여전히 높은 비중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발표한 카드 수수료 인하를 비롯해 자영업자 지원책을 지속적으로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이해찬 대표는 "가맹점 문제 등을 많이 다룰 예정"이라고 했다. 하지만 현장에서 만난 자영업자들의 체감도는 높지 않았다. 영등포구 지하상가에서 구두점을 하는 김태운(55)씨는 "카드 수수료 인하 등의 지원책은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그리 크지 않다"며 "경기 부양책 없는 이런 지원은 사실상 헛발질"이라고 했다. 인천 부평구 전통시장에서 만난 이모(43)씨는 "문 대통령을 지지했는데 요즘 돌아서고 있다"며 "정부는 곧 괜찮아질 거라고 하는데 그전에 다 망할 판"이라고 했다. 자영업자들은 "우리는 죽어나가는데 문 대통령은 왜 북한만 챙기느냐"는 말도 자주 했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은 "현장 상황과 괴리된 '소득 주도 성장' 정책에 대한 결과가 최근 지지율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했다. 소상공인들은 지난해 5월 대선을 앞두고 "사회적 약자를 대변해온 문 대통령이 집권하면 영세 자영업자들의 삶이 개선될 것"이라며 곳곳에서 지지 선언을 했지만 최근 이탈 현상이 거듭되고 있다. 자유한국당 김용태 사무총장은 "전반적인 경기 하락을 구조화하고 가속하는 정책들을 먼저 추진하니 현장에선 불만이 터져 나오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