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지점에 가야 한다는 것, 시간 제약이 있다는 것 자체가 불편한 거지요. 네이버 검색이 오후 4시까지만 되나요?"

핀테크(금융과 정보통신 기술의 결합) 후진국, 한국에서 2년 연속 '세계 100대 핀테크 기업'(컨설팅 그룹 KPMG 선정)에 이름을 올린 '토스'(회사명 비바리퍼블리카). 모바일 금융 플랫폼 토스의 이승건(36) 대표는 '현재 금융의 불편 사항'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2년 연속‘세계 100대 핀테크 기업’에 이름을 올린 모바일 금융 플랫폼‘토스’의 이승건 대표. 이 대표는“소비자가 토스에서 금융의 전(全) 영역을 이용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서울대 치대 출신으로 29세 때‘기업가가 되겠다’며 창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서울대 치대를 졸업한 치과 의사 출신인 그는 29세 되던 2011년 '기업가가 되겠다'며 창업에 뛰어들었다. 소셜미디어, 휴대폰 투표 앱, 강의 포털 등 다양한 스타트업 8개를 차렸지만 실패를 거듭했다. 2013년 인터넷에서 볼펜 같은 소모품 1만원어치를 사려다 '액티브X 설치' 등으로 컴퓨터가 먹통이 되자, 이에 분노해 간편한 금융 서비스를 만들기로 마음먹었다. 과거 혁명 구호로 쓰였던 '비바리퍼블리카'(공화국 만세)를 회사 이름으로 정한 것도 '혁명적 서비스를 내놓자'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2015년 출시된 토스는 국내 최초로 공인인증서가 필요 없는 '간편 송금 서비스'를 시작해 큰 인기를 끌었다. 지난달 누적 송금액 27조원을 돌파했다. 이후 은행 계좌 조회, 신용등급 조회, 소액 투자, 해외 주식, 신용카드·보험 조회 등으로 영역을 넓혀 나갔고, 가입자는 1000만명을 넘었다.

이 대표에게 "왜 '100대 핀테크'에 한국 기업이 드문가"를 물었다. 이 대표는 "다른 나라보다 국내 핀테크 시작이 3년 정도 늦었다"며 "규제를 완화하고, 금융 인프라를 싸게 제공하면 핀테크 산업이 더 빨리 성장할 수 있다"고 했다. 토스 자체도 이런 어려움을 극복한 회사다. 이 대표는 "'선불 충전을 이용한 송금'이라는 토스의 송금 모델이 합법인지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며 "서비스가 중단되기도 했다"고 했다. 규제 다음에는 은행이라는 '산'이 나타났다. 이 대표는 "직원 5명인 빚쟁이 회사가 와서 제휴 맺자고 하니 은행도 황당했을 것"이라며 "은행과의 파트너십에 3년 반이 걸렸다"고 했다.

"규제와 금융 인프라를 풀면 어떤 서비스가 가능하냐"고 묻자 "대출 금리 조회 서비스"라고 답했다. "지금은 일사전속주의(모집인은 1개 금융회사 제품만 취급) 때문에 소비자가 대출 상품 금리를 한곳에서 비교해볼 수가 없어요. 그러다 보니 주거래은행으로 갑니다. 국내 모든 금융사의 대출금리를 조회해주는 서비스는 어떨까요." "유튜브 같은 서비스 기업이 클 수 있었던 건 기간 사업자가 구축한 네트워크를 싸게 이용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금융 인프라를 쉽게 이용하도록 하면 어떨까요. 요즘 인기 있는 가계부 앱을 예로 들어볼게요. 전 금융사에 있는 내 계좌의 잔액을 보여주지만, A계좌에서 B계좌로 돈을 옮길 수는 없어요. 금융 인프라 이용료가 비싸기 때문입니다. 이런 가격을 낮춰주면 더 많은 금융 서비스가 생길 겁니다."

업계에서는 토스를 두고 '금융의 네이버를 지향하는 회사'라고 이야기한다. 이 대표는 "두 가지 목표가 있다"며 "하나는 소비자가 토스에서 금융의 전 영역을 이용하는 것"이라고 했다. 최근 자회사로 GA(독립 보험 대리점)를 설립하고, 증권업 진출을 고려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보험 보장 수준이 적정한지 조회하는 서비스를 운영해 보니, 결국 보장을 재조정하려면 전문가 상담이 필요하더라"며 "주식거래 앱에 들어가면 '일봉' '주봉' 같은 어려운 단어, 복잡한 차트가 나오는데, 이걸 모바일에 맞도록 편리하게 바꾸고 싶다"고 말했다.

최근 정부에서 규제를 개선한 '마이데이터(MyData·금융권과 공공기관에 흩어진 개인 금융 정보를 통합하여 활용)' 사업에도 뛰어들 예정이다. 그는 "마이데이터 산업의 성패도 결국 정보 이용료에 달릴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목표는 "일할 때 즐거운 회사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토스 업무 강도가 업계 최고라고 들었다"고 하자 "사람은 좋아하는 일을 할 때 가장 행복하다. 좋아하지 않는 일, 일을 위한 일, 왜 하는지 모르는 일, 안 맞는 동료가 그 즐거움을 가로막을 뿐"이라고 했다. "회사의 임무는 직원의 '일하는 즐거움'을 방해하는 요소를 없애는 것입니다. 이런 문화를 토대로 삼성보다 영업이익률 더 많이 내서 우리 사회 업무 문화를 바꾸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