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3대책' 발표 직후, 이낙연 국무총리는 국무회의에서 "일부에서 (부동산 보유세 인상을) '세금 폭탄' '징벌적 세금'이라고 비판하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나 실제 서울에서 실거래가 10억원 수준의 아파트를 보유한 이들 대부분의 세금 부담은 큰 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공시가격이 9억원을 초과하게 되면 종부세 부과 대상에 편입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공정시장가액비율'도 조정한다는 방침이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이란 세금을 부과하는 대상 금액(과세표준)을 정할 때 주택 공시가격을 얼마나 반영할지 정해 놓은 비율이다. 정부는 "현행 80%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2022년까지 100%로 올리겠다"고 발표한 상태다. 그만큼 세금도 늘어난다. 국회 예산정책처의 시뮬레이션은 공정시장가액비율이 100%가 된다는 가정하에 분석한 것이다.

이에 따르면 실거래가 10억원, 공시가격 6억5000만원인 아파트 한 채를 소유한 사람이 올해 납부한 보유세는 재산세만 약 93만원이다. 공시가격이 9억원 이하라 재산세는 내지만, 종부세 대상은 아니다. 이 아파트의 공시가격이 실거래가의 80% 수준이 되어도 재산세만 129만원 정도다.

그러나 실거래가의 100% 수준이 되면 세금이 급격히 오른다. 재산세 177만원에 종부세 등 국세 25만원까지 총 202만원을 내야 한다. 현재의 2배 이상이 되는 것이다.

공시가격 인상에 따른 파장은 세금 문제에만 그치지 않는다. 공시가격이 보유세 등 재산세뿐만 아니라 기초연금, 건강보험료, 기초생활수급자, 취업 후 학자금 장기상환 대상자 선정 등 61개 분야에서 기초 자료로 광범위하게 활용되기 때문이다.

우선 매달 내는 건강보험료 부담이 늘어난다. 자영업자 등 지역 가입자의 건강보험료는 소득과 주택·토지 등 재산을 더해 산출된다. 29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공시지가가 30% 오를 경우 주택을 보유한 지역 가입자가 매달 내야 하는 건보료는 평균 13.4% 오른다. 전국 286만여 가구가 매달 9만385원씩 내는 건보료가 10만2465원으로 늘어 평균적으로 연간 14만원을 더 부담해야 한다는 말이다. 공시가격이 10%, 20% 오르면 각각 4.6%(연 5만364원), 8.5%(연 9만2160원) 건보료가 늘어난다.

기초노령연금을 못 받는 탈락자도 속출할 수 있다. 이 연금도 소득과 재산이 일정 기준 이하인 노인을 대상으로 지급되기 때문이다. 저소득 노인이 소득은 늘지 않은 채 살고 있는 집의 공시가격만 오르면, 매달 최대 25만원씩 받던 연금을 받지 못할 수 있다. 국민연금공단의 추산에 따르면, 공시가격이 20% 오르면 전국에서 5만6836명이, 30% 인상 시 9만5161명이 현재 받고 있는 기초연금을 더 이상 받을 수 없다.

제주도에서는 공시가격 인상에 따른 후폭풍이 이미 현실화됐다. 지난 2년간 제주도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매년 20% 이상씩 인상된 결과, 지난해 기초노령연금 신청자의 43%가 심사에서 탈락했다.

전문가들은 "세 부담이 커지면 은퇴한 연금 생활자 등 주택은 있지만 소득이 낮은 사람들의 충격이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최근 서울의 아파트값이 수억원씩 올랐다고는 하지만, 그만큼 주택 보유자들의 소득이 증가한 것은 아니다"라며 "다주택자를 잡으려다가 애꿎은 1주택자들의 생활도 흔들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고 했다.

☞공정시장가액비율

세금을 부과하는 대상 금액(과세표준)을 정할 때 주택 공시가격을 얼마나 반영할지 정해 놓은 비율. 종부세의 경우 공시가격에서 6억원(1주택자는 9억원)을 뺀 금액에 이 비율(현재 80%)을 곱해서 구한다. 이를 100%로 올리게 되면 과세표준도 올라가게 된다.

종합부동산세

고가(高價)의 주택이나 토지를 보유한 사람에게 매기는 세금. 2005년 노무현 정부 당시 도입됐다. 주택의 경우 6억원(1주택자는 9억원)을 넘으면 과세 대상이고 세율은 0.5~2.0%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