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현지 시각) 미국 LA 컨벤션센터에서 개막한 '2018 LA 오토쇼'에서 현대차가 대형 SUV '팰리세이드'를 전 세계 처음 공개했다. 넓은 공간, 웅장한 외관, 고급스러운 실내 디자인이 돋보인다는 평이 나왔다. 현장에선 팰리세이드 홍보대사인 방탄소년단 7명이 탑승하고 있는 영상이 소개됐다.

현대차가 판매 부진을 겪고 있는 미국 시장에서 본격적인 반격에 나섰다. 중심에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이 있다. 정 수석부회장은 이날 오토쇼에 참석해 팰리세이드 홍보를 진두지휘했다. 현대차는 최근 미·중 양대 시장 부진으로 위기에 처해 있다. 정 수석부회장은 이달 초 중국 담당 임원들을 대거 교체하는 등 중국 시장 정비를 한 데 이어 미국 시장의 전열 정비에도 나서는 것이다.

28일(현지 시각) 미국 LA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8 LA 오토쇼’에서 처음 공개된 현대자동차의 8인승 플래그십 SUV ‘팰리세이드(Palisade)’를, 인기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이 타는 광고 영상을 관람객들이 지켜보고 있다.

이날 공개된 팰리세이드는 현대차가 2013년 내놨던 맥스크루즈(단종)와는 전혀 다른 플랫폼(차의 골격)을 기반으로 새롭게 개발해 5년 만에 내놓은 대형 SUV다. SUV·픽업트럭 등 대형 레저 차량이 인기가 높은 미국 시장을 겨냥한 것이다. 이날 오토쇼에 참석한 정 수석부회장은 기자들에게 "차가 잘 나왔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올 한 해 현대차를 괴롭혔던 문제 대부분 해결됐다"

정 수석부회장은 이날 "올 한 해 현대차를 괴롭혔던 문제도 이제는 대부분 해결됐다"고 했다. 미국 시장에서의 SUV 라인업 부족, 사드 보복 이후 망가진 중국 시장 판매 네트워크 등 양대 시장에서 발목을 잡고 있던 문제가 어느 정도 회복되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특히 공을 들여 왔던 현대차의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의 판매망이 대거 확대됐다. 정 수석부회장은 "미국에서는 주별로 라이선스를 받아야 하는데 지난해는 30개 주 이하였지만, 이제 50개가 돼 더 적극적인 마케팅과 판매가 가능해졌다"고 했다.

제네시스가 올해 JD파워(미국 자동차 평가 기관) 만족도 1위에 오르고, 지난 27일(현지 시각)에는 '2019 북미 올해의 차' 등 상품성을 인정받은 만큼, 판매 조직이 완비되면 제대로 된 싸움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26회째인 '북미 올해의 차'는 미국·캐나다 자동차 전문 기자단이 투표로 선정하는 상이다.

28일(현지 시각) 미국 LA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8 LA 오토쇼’에서 현대자동차의 8인승 플래그십 SUV ‘팰리세이드(Palisade)’가 처음 공개됐다. 차량 오른쪽으로 구독자 50만명을 거느린 유튜브 인플루언서(영향력 있는 개인)인 미국인 메디슨 피셔와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서 있다.

정 수석 부회장은 현대차의 자율주행·수소전기차 등 미래차의 전망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자율주행차는 '완벽한 안전'이 중요하다"며 "자율주행 레벨4의 완벽한 상용화는 오는 2025년에서 2026년 정도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자율주행 레벨4는 유사시에만 사람이 개입하고 나머지는 차량 스스로 모든 상황을 판단하고 움직이는 완전 자율주행이다. 정 수석부회장은 "더 빨리 레벨4를 할 수도 있지만 그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라며 "그전에 레벨3를 완벽하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테슬라·우버 등 글로벌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기술을 뽐내고, 관련 사고도 발생하는 데 대해 '완벽한 안전'이 더 중요함을 강조한 것이다.

기아 대형 SUV '텔루라이드', 제네시스 SUV 'GV80'도 가세

현대차그룹은 미국에서 팰리세이드 외에도 다양한 대형 SUV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미국에서 2016년 142만대의 역대 최고 판매 실적을 올렸으나, 지난해엔 127만대로 크게 줄었다. 올해 10월까지의 판매량은 작년 동기보다 1% 이상 더 줄었다. 이를 만회하기 위한 신차를 내년에 줄줄이 선보이려는 것이다.

기아차는 북미 시장을 겨냥해 개발한 대형 SUV '텔루라이드'를 내년 상반기 미국에서 출시한다. 포드 익스플로러·혼다 파일럿·캐딜락 에스컬레이드 등을 철저히 벤치마킹해 장점만 취해 개발한 것으로 알려져 기대를 모으고 있다.

현대차는 제네시스의 최초 럭셔리 중형 SUV인 GV80을 2020년 초 출시할 예정이다. 메르세데스-벤츠 GLE, BMW X5 등과 경쟁할 모델로, 세단 중심의 제네시스가 부진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 외에도 현대차그룹은 최근 공개한 대형 럭셔리 세단인 제네시스 G90을 비롯해, 신형 G80과 신형 쏘나타 등을 내년 미국에 출시해 판매 회복을 노린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내년 미국 판매량은 올해와 비슷하거나 좀 더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내년 미국 전체 자동차 시장이 올해보다 1~2% 줄어들 것이란 전문가들의 전망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