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콰르르, 쾅!"

28일 오후 4시 전라남도 고흥군의 나로우주센터 발사장. '대한민국 KOREA'가 새겨진 길이 25.8m의 로켓이 카운트다운과 동시에 굉음을 내며 솟구쳐 올라갔다. 로켓은 거대한 화염을 내뿜으며 바다 쪽으로 날아가더니 3분도 안 돼 시야에서 사라졌다. 발사장에서 2㎞가량 떨어진 통제센터에서 숨죽인 채 발사 광경을 지켜보던 연구원, 엔지니어들이 함성을 질렀다. 8년에 걸쳐 독자 개발한 75t급 액체 엔진을 단 로켓이 날아오른 순간이었다.

우주의 꿈에 한발 더… 누리호 시험로켓 발사 성공 -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의 엔진 시험용 로켓이 28일 오후 4시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화염을 내뿜으며 발사되고 있다. 이번 발사는 누리호의 핵심인 75t급 국산 액체연료 엔진의 성능을 검증하기 위해 이뤄졌다. 시험 발사체는 발사 151초 동안 엔진을 연소해 최대 고도 209㎞까지 오른 뒤 발사장에서 남동쪽으로 429㎞ 떨어진 제주도 인근 해상에 떨어졌다. 이진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은 “목표 엔진 연소 시간인 140초 이상을 달성해 시험 발사체가 정상적으로 발사됐다”고 밝혔다.

2021년 발사를 목표로 개발 중인 한국형 발사체(누리호)의 엔진 시험용 로켓이 마침내 비행에 성공했다. 로켓은 발사 151초 이후 엔진이 꺼졌고, 최대 고도 209㎞까지 오른 뒤 발사장에서 남동쪽으로 429㎞ 떨어진 제주도 인근 해상에 떨어졌다. 이진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은 "목표 엔진 연소 시간인 140초 이상을 달성해 시험 발사체가 정상적으로 발사됐다"고 말했다.

◇75t급 액체 엔진 세계 7번째 독자 개발

한국은 이번 발사 성공으로 세계에서 7번째로 75t급 액체연료 로켓 엔진을 독자 개발한 나라가 됐다. 이번 발사는 우리 기술로 제작한 로켓 엔진의 비행 성능을 확인하기 위해 실시됐다. 시험 발사체는 총 3단으로 구성된 누리호의 2단부에 해당하는 소형 로켓으로, 75t급 엔진 1기가 들어갔다. 통상 1.5t 무게의 중대형 실용 위성을 우주로 쏘아 올리려면 75t 이상의 추진력을 내는 로켓 엔진 개발이 필수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에 따르면 우리보다 앞서 75t급 액체 엔진 개발에 성공한 나라는 미국·러시아·중국·일본·프랑스·인도 등 6국이다.

28일 오후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임철호(왼쪽)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이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의 엔진 시험 발사체의 성공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왼쪽부터 임 원장, 고정환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 박정주 나로우주센터장.

이번 발사로 그동안 제기됐던 국내 기술력에 대한 우려도 말끔히 털어냈다. 한국은 2013년 1월 국내 첫 우주 발사체인 나로호 발사에 성공했지만 핵심인 1단 로켓을 러시아에서 들여와 '절반의 성공'에 그쳤다. 하지만 나로호 발사 5년 10개월 만에 같은 발사 장소에서 국산 엔진을 단 로켓을 성공적으로 쏘아 올리며 이런 꼬리표를 떼고 우주 강국에 진입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75t급 엔진 독자 개발은 난관의 연속이었다. 지난해 연소실 압력이 갑자기 증가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10개월이 걸렸다. 항우연은 20차례나 엔진 설계를 새로 바꿨고, 두 차례 발사를 늦췄다. 항우연은 발사 직전까지 연소 시험 100회, 누적 연소 시간 8326초를 달성하며 엔진 완성도를 높였다. 이 밖에도 한화테크윈(엔진 조립), 한국항공우주산업(로켓 총조립) 등 300여 기업이 참여했다.

28일 오후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의 엔진 시험용 발사체가 하늘로 올라가고 있다. 이번 발사체는 누리호의 핵심인 75t급 액체 연료 1기를 달고 고도 209㎞까지 올라갔다. 사진은 발사 과정의 모습을 연속 촬영 후 합성한 것이다.

이번 발사 성공으로 한국형 발사체 개발 사업도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이창진 건국대 교수(항공우주정보시스템공학과)는 "미국·러시아·중국 같은 우주 강국도 개발 초기에 무수한 시험 발사를 통해 기술력을 쌓았다"며 "한국은 이번에 핵심인 엔진 개발부터 로켓 제작과 발사까지 모두 경험했기 때문에 한층 기술 수준이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엔진 4개를 한 몸처럼 묶는 과제 남아

엔진 개발이라는 큰 산을 넘었지만 정식 로켓 발사까지는 아직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누리호를 완성하려면 맨 아래 1단 로켓에 75t급 액체 엔진 4개를 묶어 마치 하나의 엔진처럼 작동하게 하는 '클러스터링 기술'이 핵심이다. 4개의 로켓이 동시에 똑같은 출력을 내지 않으면 실패로 이어질 수 있어 고도의 기술력을 요한다. 국내에서는 아직 이 기술을 개발한 경험이 없다.

누리호는 출력이 강한 3단 로켓이기 때문에 부품 수가 2단 로켓인 나로호(약 12만개)보다 최소 2배 이상 늘어난 점도 부담이다. 영하 180도의 초저온 액체연료를 담을 연료 탱크 개발도 시급하다. 정부는 올해 초 연료 탱크 개발이 늦어지면서 누리호 발사 일정을 2021년으로 1년 늦췄다. 탁민제 KAIST 교수(항공우주공학과)는 "국산 엔진 개발 성공으로 발사체 개발의 7부 능선을 넘었다"면서 "앞으로 처음 하는 고난도 작업이 많겠지만 국내 기술 발전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 희망적"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