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 먼지가 몸 안으로 들어와 어느 곳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눈으로 직접 확인해 볼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첨단방사선연구소 전종호 박사 연구팀이 방사성동위원소를 이용해 미세 먼지의 체내 분포를 영상화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28일 밝혔다.

미세 먼지는 입자 지름이 10마이크로미터(10만분의 1미터) 이하인 먼지를 말한다. 머리카락 굵기의 7분의 1에 불과해 육안 식별은 불가능하다. 연구진은 디젤자동차나 화력발전소에서 배출되는 미세 먼지와 같은 1마이크로미터 크기의 실험용 물질을 구입해 방사성동위원소와 결합시켰다. 이후 실험용 생쥐의 기도와 식도에 각각 미세 먼지를 투입하고 방사능 변화를 의료영상장치로 측정했다.

생쥐의 몸속에 들어온 미세 먼지의 시간별 변화. 색이 붉을수록 양이 많다는 의미다. 입으로 들어와 위장에 축적된 미세 먼지는 48시간 뒤 대부분 체외로 배출되지만(왼쪽), 코로 흡입돼 폐에 축적된 미세 먼지는 48시간이 지나도 양이 크게 변하지 않은 것을 알 수 있다.

실험 결과 생쥐 입으로 들어온 미세 먼지는 처음에 위에 쌓였다가 이틀이 지나면 대부분 몸 밖으로 배출됐다. 다른 장기에도 별 영향을 주지 않았다. 전종호 박사는 "미세 먼지가 음식과 같이 입으로 들어가면 나중에 소장을 거쳐 간으로도 간다고 생각했지만 그 영향은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반면 코로 흡입된 미세 먼지는 이틀이 지나도 폐에 60%가 남았으며, 몸 밖으로 완전히 배출되기까지 일주일 이상이 걸렸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그사이 일부 미세 먼지가 간과 신장 등 다른 장기로도 이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세 먼지는 천식, 폐렴 같은 질환을 유발한다. 뇌장벽도 뚫어 뇌졸중, 치매까지 유발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미세 먼지가 몸 안에서 각 장기에 미치는 영향을 알려면 실험동물을 부검하는 방법밖에 없어 연구에 어려움이 많았다. 전종호 박사는 "이제는 실험동물을 산 채로 관찰하면서 몸속 미세 먼지양의 변화와 이동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지난 26일 국제학술지 '케미컬 커뮤니케이션즈'에 표지 논문으로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