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대림중앙시장은 최근 간편 결제 서비스 알리페이와 위챗페이를 도입했다. 국내 전통시장 가운데 알리페이 도입은 부산 자갈치 시장에 이어 두 번째, 위챗페이는 처음이다. 시장을 찾는 중국 관광객과 주변에 거주하는 중국인 등 새로운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인 셈이다. 대림중앙시장은 지난달 25일 결제 전문 스타트업 TNDN과 협약을 맺고 이번 주부터 매장마다 결제 시스템 설치를 시작했다. 현재 20개 매장에 설치를 마쳤으며 연말까지 87개 전 매장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윤민진 대림중앙문화관광형시장 사업단장은 "가입자가 수억 명인 알리페이, 위챗페이 덕에 주말 기준 방문객이 평소보다 2000명 이상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난 2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대림중앙시장 생선가게에서 한 고객이 물건을 사고 알리페이로 결제하고 있다. 고객이 스마트폰에서 알리페이 앱을 열어 가게의 QR 코드를 찍으면 결제가 된다.

이처럼 전통시장이 IT(정보기술)와 결합하면서 대형 마트, 백화점 못지않은 편리한 쇼핑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모바일 간편 결제를 도입하는 곳부터 앱(응용프로그램)을 내놓거나 멤버십 서비스를 활성화하는 곳까지 다양하다.

모바일 결제 도입… 앱 개발, 멤버십까지

윤민진 사업단장은 "고객이 스마트폰으로 매장의 QR 코드를 스캔해 결제하거나 매장의 태블릿PC나 스마트폰으로 고객의 QR 코드를 직접 스캔해서 결제할 수 있다"며 "중국에서 알리페이, 위챗페이를 쓰던 관광객들은 별도 앱 설치 없이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구 수성구에 있는 신매시장은 지난 4월부터 매장마다 디지털 모니터를 설치해 가격 정보, 할인 상품, 점포 행사 등을 소개하고 있다. 상인회 소속 전체 120개 점포 중 현재 67개 점포에서 운영 중이다. 연말까지 80개로 확대할 예정이다. 고객들이 상품 가격, 할인율 등과 같은 정보를 쉽게 얻으면서 고객 만족도 역시 지난 8월 시행된 설문조사에서 지난해보다 50% 높아졌다. 김승길 신매시장 사업단장은 "과거에는 종이에 가격 등을 썼는데 알아보기도 어렵고 보기에도 좋지 않아 사진을 찍어 앱으로 모니터에 올리게 했다"며 "디지털 모니터를 통한 매출 증가가 20%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고 말했다. 신매시장은 앞서 지난해 말부터는 소비자용 앱도 만들어 백화점, 마트처럼 전자쿠폰도 제공하고 있다.

대구 수성구 신매시장에서 닭강정집을 운영하는 신덕순씨가 디지털 모니터 아래에서 포즈를 취한 모습.

인천 미추홀구에 있는 석바위시장은 지난해 12월부터 국내 전통 시장 중 최초로 멤버십 카드를 도입해 소비자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평일 1500~2000명 정도인 방문객 중 250~300명이 멤버십을 쓸 정도로 인기다. 시장 내 카드 가맹점의 절반이 넘는 80개 점포에서 바로바로 멤버십 가입을 받고 카드를 발행한다. 카드는 1%, 현금은 3%를 적립해주고 5000포인트만 넘으면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고현석 석바위시장 사업단장은 "현재 회원은 8800여 명으로 올해 말까지 1만명을 채우는 게 목표"라며 "우리 시장에서만 사용 가능하다 보니 고객을 다시 부르는 효과도 크다"고 말했다.

시장 홍보에도 적극 활용

충북 음성군의 금빛마을 무극시장은 올 7월부터 매월 2회 모바일 매거진을 발행하며 고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시장 할인 행사 내용, 시장 지도 등을 제공한다. 한 식료품 가게 상인은 "할인 정보를 알고 오는 고객들이 많아졌다"며 "매거진이 나오면서 이전보다 매출이 10%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광주광역시의 1913송정역시장은 시장 이름을 딴 앱에서 교통편, 가게 정보 등을 제공하고 있다. 앱에서는 가게마다 대기 시간과 할인 정보를 제공하고 고객과 가까운 버스정류장, KTX 출발 시각도 알 수 있다. 김인섭 1913송정역시장 상인회장은 "최근 앱에서 진행하는 수능 수험생 무료 쿠폰처럼 앱을 활용한 다양한 이벤트를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