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현지 시각)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이 동맹국에게 중국 화웨이 통신 장비를 쓰지 말라고 설득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독일·이탈리아·일본 같은 정부와 해당국의 통신사가 설득 대상으로 알려졌습니다. 화웨이는 강하게 반발하면서 공식 입장문을 내고 "미국 정부의 행동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며 "관할 범위를 넘어선 행동을 용인해서는 안 된다. 수많은 기업과 소비자가 화웨이를 선택한 건 신뢰와 그 가치를 인정하기 때문이다"고 반박했습니다. 일각에서는 화웨이에 대한 보안 이슈도 있지만, 화웨이가 ‘미·중 무역전쟁’ 희생양이 됐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에릭 쉬 화웨이 순환 회장이 2018년 10월 11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화웨이 커넥트 콘퍼런스’에서 화웨이 인공지능(AI)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미국은 2012년부터 화웨이를 국가안보위협으로 분류했습니다. 미국 내 통신 장비 제품 거래를 금지했습니다. 보안 이슈 때문입니다. 일각에서는 화웨이를 포함한 중국 통신 제품 안에는 일명 ‘백도어’가 심어져 있다고 주장합니다. 백도어는 이용자의 개인정보가 무단으로 서버로 전달되는 것을 말합니다.

하지만 통신업계 관계자들은 보안 이슈는 어떤 제품을 써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했습니다. 단순히 화웨이가 ‘중국산’이기 때문에 싫어하는 사람이 많다고 설명했습니다.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여론을 보면 중국산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화웨이를 싫어하는 사람이 많다"며 "이런 분위기 때문에 SK텔레콤이나 KT가 화웨이 장비를 쓰지 못한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화웨이가 전세계 통신 장비 점유율 1위의 회사인 만큼, 차후 기지국 구축 때 화웨이 장비가 도입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의 자료를 보면 2017년 통신 장비 점유율 1위는 화웨이(22%)입니다. 그 뒤를 핀란드 노키아(13%)·스웨덴 에릭슨(11%)·중국 ZTE(10%)가 쫓습니다. 통신업계의 말을 종합하면 2018년 화웨이의 점유율은 28%까지 오를 것으로 추정됩니다. 특히 아시아태평양과 유럽에서는 30%가 넘는 점유율을 유지 중입니다. 또 23일에는 여러 국가의 통신사들과 5G 상용 공급 계약도 체결했습니다. 유럽 14건·중동 5건·아시아태평양 3건을 포함해 총 22건입니다. 기밀상 알려지진 않았지만 아시아태평양에 LG유플러스도 포함된 것으로 보입니다.

화웨이는 스페인 인증기관 ‘ENAC’로부터 국제 인증을 받았습니다. 백도어가 없음을 확인받았습니다. 소프트웨어의 본질인 소스코드를 검사하여 제시된 기능 외에 기능이 있는지 여부를 분석하는 테스트를 거친 겁니다. 4월에는 유럽연합(EU)의 안전규격 공식인증기관 ‘TUV SUD’ 검증 요구조건도 모두 통과했습니다. 시험인증 절차에만 2개월이 걸렸습니다. 국내의 경우 LG유플러스가 2013년도 롱텀에볼루션(LTE) 장비로 화웨이 장비를 수도권에 들였지만, 보안 사고가 발생한 적은 없습니다.

일각에서는 화웨이가 미·중 무역전쟁의 희생양으로 찍혀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어떤 회사의 통신 장비든 보안 유출 가능성은 항상 있는데 화웨이만 걸고 넘어졌기 때문입니다. 또 검증까지 받았는 데도 직접 미국 정부가 나서 동맹국을 설득한다는 건 유례없는 일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화웨이는 보안 이슈가 있으니 보안 검증까지 일일히 받았다"며 "하지만 미국 정부가 직접 나서 동맹국까지 화웨이를 쓰지 말라고 설득하는 건 유례가 없던 일이다. 미·중 무역전쟁의 피해자가 된 셈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중국이 자국 통신 기술을 국산화시키기 위해 미국 제품을 밀어내 왔던 것에 대한 후폭풍이라는 주장도 나옵니다.

손영동 한양대 융합국방학과 교수는 "사실 화웨이뿐 아니라 미국 보안 업체들의 주요 직원들도 중앙정보국(CIA)이나 국가안보국(NSA) 같은 정보기관 출신들이 많기 때문에 해킹 위험은 어느 곳에나 있다"며 "중요한 건 중국은 20년 전부터 통신 기술 네트워크 기술 국산화를 추진하면서 미국 제품을 배제하고 화웨이 제품을 쓰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미국과 중국 서로 간의 사이가 안좋아지면서 서로 못 믿게 된 셈이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