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값·금리 상승 영향…韓 주택 채권 신용도에 부정적"

국제 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한국 가계의 주택 구입 여력이 내년에 더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주택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고 금리가 오르면서 서민이나 중산층의 내 집 마련 꿈이 더 멀어질 것이라는 의미다.

무디스는 28일 "중국이나 일본, 싱가포르의 주택 구입 여력이 당분간 안정될 것으로 예상되는 것과 달리, 한국(가계)의 주택 구입 여력은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무디스는 "(문재인) 정부가 대출을 조이고 세금을 늘리는 등 전방위적인 부동산 규제 정책을 내놓으면서 주택 가격 상승세가 둔화되겠지만 한국의 집값 오름세는 지속될 것"이라며 "세계적인 통화 긴축 기조에 따라 한국은행이 내년까지 점진적인 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금리 수준도 올라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무디스는 주택 구입 여력이 감소하는 것은 한국 주택담보대출 채권 신용도에 부정적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무디스는 한국 주택담보대출 상당수가 금리 인상에 영향을 받지 않는 고정금리 대출이고,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평균 50~60% 수준으로 위험이 크지는 않다고 평가했다.

무디스는 앞으로 주택 가격과 금리가 더 오르면서 한국의 주택 구입 여력이 악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서울 잠실의 아파트 단지 모습.

주택 구입 여력이 악화되는 추세는 장기적으로 경제에 부담 요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 주택 구입 여력이 악화되면 가계가 더 많은 소득을 주택 구입에 투입하면서 다른 소비 여력이 위축돼 소비는 물론 기업 투자에도 연쇄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무디스는 현재 한국 가계의 주택 구입 여력이 중국보다는 크지만, 일본과 싱가포르보다는 적다고 분석했다. 무디스는 이들 아시아 4개 국의 주택 가격과 소득 수준, LTV 등을 분석한 뒤 신규 주택담보대출 상환을 위해 가계가 지출하는 평균 가처분소득 비중을 주택 구입 여력으로 추정했다. 한국의 주택 구입 여력은 24.7%였다. 주택을 구입한 가구가 1000만원을 벌었다면 247만원을 주택담보대출 상환에 쓴다는 의미다. 한국의 주택 구입 부담은 중국(37.8%)보다 적었지만, 일본(23.1%)과 싱가포르(16.4%)보다는 컸다.

무디스는 또 한국의 경우 전국 평균 주택 구입 여력과 서울의 주택 구입 여력의 차이가 크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전국 평균 주택 구입 여력은 24.7%이지만 서울 지역은 29.2%였다. 그만큼 서울과 다른 지역의 주택 가격 차가 크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중국의 경우도 베이징, 상하이의 주택 구입 여력이 전국 평균보다 크게 떨어졌지만, 일본의 경우 전국 평균 주택 구입 여력이 23.1%, 도쿄는 24.2%로 차이가 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