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공인인증서를 대체하겠다는 목표로 18개 은행이 공동으로 지난 8월에 출시한 ‘뱅크사인’이 출시 3개월을 맞았지만 금융소비자들의 관심은 매우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뱅크사인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은행권 공동인증서비스인데, 기존 공인인증서에 비해 호환성이 부족한 게 단점으로 꼽힌다. 은행권에 이어 보험업계가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공동인증 서비스도 난항이 예상된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8월 27일 출시된 뱅크사인은 이날 현재 안드로이드 애플리케이션(앱) 다운로드 건수가 약 10만건에 머무르는 등 사실상 흥행에 실패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8월 27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뱅크사인 오픈 기념행사에서 김태영 은행연합회장(첫 줄 왼쪽에서 다섯번째) 등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말 현재 모바일뱅킹 이용 고객수(최근 1년간 이용실적 기준·중복포함)는 6600만명으로 지난 1분기 말보다 5.3% 증가했다. 2분기 말 인터넷뱅킹(중복포함) 이용 고객수는 6949만명이다. 모바일뱅킹 및 인터넷뱅킹 이용자에 비해 뱅크사인 이용자 수는 턱없이 적은 것이다. 출시시점에 차이는 있지만 시중은행들이 각각 출시한 뱅킹앱의 다운로드 건수는 은행당 1000만건이 넘는다.

뱅크사인은 금융거래의 기초가 되는 인증업무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한 핀테크서비스다. 블록체인의 특성인 분산저장으로 인증서 위‧변조가 어렵다. 또 스마트폰 안전 영역에 개인키를 보관해 개인키 도난을 막고 1인 1단말기·1인증서 정책에 따라 인증서 무단 복제도 어렵다. 특히 인증서 유효 기간이 공인인증서(1년)보다 긴 3년이며 간편 비밀번호, 지문, 패턴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인증할 수 있다. 현재 뱅크사인은 18개 컨소시엄 참여은행 중 KDB산업은행, 한국씨티은행, 카카오뱅크 등을 제외한 15개 은행에서 이용할 수 있다.

이처럼 뱅크사인은 장점이 많지만 공인인증서와 사실상 비슷한 발급절차를 거쳐야 하는데다 아직 공인인증서를 대체하기에는 호환성이 턱없이 부족해 소비자들이 선뜻 선택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국세청 등 관공서와 부동산청약사이트 등 공공기관은 공인인증서가 필수적인 곳이 대다수다. 뱅크사인은 은행업무에서만 쓸 수 있는데 굳이 기존 공인인증서에 더해 이를 사용할 유인이 적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뱅크사인 호환성을 높이기 위해 여러 공공기관들과의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의 ‘맏형’ 격인 은행권의 공동인증 도입 성과가 미미하자 보험업계가 추진 중인 공동인증 서비스도 사실상 성공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생명보험협회는 은행권의 통합인증서인 ‘뱅크사인’과 유사한 본인인증 방식을 개발해 연내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었지만 지난 5월 삼성SDS를 기술 사업자로 선정한 후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생보협회 관계자는 "연내 도입은 불가능해진 상황이며 삼성SDS 및 업계 간 의견 조율을 거쳐 내년 도입을 목표로 진행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손해보험협회는 지난달 15일 회원사 17개 중 14개사의 블록체인 담당 임원과 ‘블록체인 기반 공동사업을 위한 컨소시엄’을 구성했으나 공동인증 사업은 사실상 접었다. 실효성이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이 컨소시엄에는 손보업계 1위 삼성화재는 참여조차 하지 않았다. 손보협회는 현재 ‘재보험 정산 청산업무 혁신’을 블록체인 공동사업 1차 목표로 삼은 상황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블록체인 기반 공동인증이 아직은 공인인증서를 대신할 수 있는지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라며 "타 기관과의 호환성 강화가 시급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