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이 또 한 번 긴장해야 할 지 모르겠다.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들었지만 이달 말 있을 한국은행 기준금리 결정이 시장을 흔들 변수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30일 열리는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올릴지 현 수준으로 동결할지 결정한다. 기준금리는 지난해 11월 1.25%에서 1.5%로 0.25%포인트 인상된 뒤 1년째 제자리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달엔 기준금리가 오를 것으로 전문가들이 많다.

현재 미국 기준금리 상단은 2.25%로 우리나라보다 0.75%포인트 높은데, 미국은 올해 12월 한 차례 더 금리 인상을 단행하겠다고 예고까지 했다. 우리나라가 이번에 금리를 인상하지 않으면 금리 격차는 1%포인트까지 벌어진다. 전문가들은 국내 경기가 가라앉고 있지만, 외국 자금 이탈 우려로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한은이 금리 인상을 더는 미루기 어렵다고 보는 분위기다.

기준금리 인상이 가시화하면서 부동산 시장이 어떤 영향을 받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부동산 시장은 현재 정부의 강력한 규제 때문에 소강상태에 빠졌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11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2904건으로, 월 거래량 기준으로 올해 최저치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초만 해도 1만건을 넘어섰던 거래량은 연초의 3분의 1토막이 났다.

집값도 내리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11월 셋째 주(19일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0.02% 떨어져 전주(0.01% 하락)보다 낙폭이 커졌다. 특히 한강 이남 11개 구는 0.05% 떨어지며 강북권(0.01%)보다 규제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이런 분위기가 더 짙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토연구원이 조사하는 주택매매시장 소비자심리지수는 전국이 112.4로 전달보다 9.6포인트 하락했고, 수도권은 120.6으로 13.6포인트 내렸다. 부동산시장 소비심리지수가 100을 넘으면 전달보다 가격상승과 거래증가 응답자가 많다는 걸 의미한다.

김형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에 이어 한국의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5%로 높아지며 이자 부담이 가중되는데, 이는 국내 부동산 요구수익률이 약 5%대인 것을 감안할 때 사실상 갭(gap) 투자가 어려워진다는 것을 뜻한다"며 "양도소득세·종합부동산세 인상과 새로운 총부채상환비율(DTI), 총부채상환능력비율(DSR), 임대업이자상환비율(RTI) 등의 전방위 대출 규제로 막혀 있어 주택구매 여력도 급감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기준금리 인상으로 당장 집값이 눈에 띄게 급락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기준금리가 여러 차례 인상되면 부동산 가격이 내려갈 가능성이 있지만, 그러기엔 국내 경기 둔화가 우려된다는 지적이 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과 중국 경기 둔화 우려 등으로 한 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에서 한국은행이 금리를 잇따라 인상하기도 부담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부동산시장에도 이번 기준금리 인상은 일회성에 그칠 것이며, 오히려 실물경기 둔화로 부동산 가치 하락을 우려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시장금리가 빠르게 상승하는 가운데 자산가격이 급락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금융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한계가구의 부채상환능력도 급격히 저하되며 내수를 중심으로 한국 경제의 성장세가 예상보다 빠르게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