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사업 가뭄에 중견 건설사들의 실적이 곤두박질치고 있다.

과거 수주한 현장들의 입주가 마무리됐지만, 새로운 공사로 비어가는 곳간을 채우지 못했거나 예정됐던 분양이 주택경기 침체로 계속 밀린 탓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지방 경제 부진과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규제 등이 맞물리면서 당분간 중견 건설사들의 어려움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한신공영의 3분기 영업이익은 157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396억원)보다 60.4%나 줄었다. 같은 기간 한라는 140억원으로 전년보다 67.2%, 코오롱글로벌도 106억원으로 40% 가까이 줄었다. 대형 건설사들의 실적이 대폭 개선된 것과 대조적이다.

주택사업 가뭄에 중견 건설사의 3분기 실적이 크게 나빠졌다.

중견건설사들은 주로 국내에서 주택이나 토목 위주로 사업을 펼치고 있다. 그런데 이 부분에서 최근 일감이 많이 줄었다.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규제와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축소 때문이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9월 말까지 종합건설업체의 국내건설 수주액은 107조2517억원으로 전년보다 7.5% 감소했다. 특히 공공부문은 26조773억원으로 19.2% 감소했다.

업체별로 보면 한신공영은 시흥 목감지구 등의 주택사업이 올해 초 마무리되면서 이 실적이 매출에 반영되는 규모가 줄었다. 11월에 분양한 부산 ‘괴정 한신더휴’가 올해 첫 분양 단지였을 정도로 분양 사업도 저조했다.

한라의 경우 시흥 배곧신도시사업이 마무리에 접어들었고, 서울대 시흥캠퍼스 착공이 지연되면서 주택 부문 매출이 많이 줄었고, 이 영향으로 영업이익도 감소했다. 코오롱글로벌은 상반기 주택 착공이 지연되면서 영업이익이 줄어든 것으로 분석됐다.

건설업계가 바라보는 주택사업 전망도 밝지 않다. 주택산업연구원의 11월 전국 주택사업경기실사지수(HBSI) 전망치는 47.4로 전달보다 21.6포인트 하락했다. 9·13 부동산 대책 등 정책적 요인으로 2017년 1월(48.1) 이후 22개월 만에 40선까지 떨어졌다. 이 지수는 주택사업자를 대상으로 매달 조사하는데, 공급자 입장에서 주택사업 경기를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공급시장 지표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건설업계가 아직 정부 규제가 닿지 않은 지방 주택시장을 노리고 있지만, 큰 시장인 서울과 수도권의 일감 감소로 대형 건설사까지 지방으로 집결하면서 경쟁이 치열하다"며 "그나마 과거 수주 규모가 큰 건설사나 그룹 일감이 있는 건설사는 먹고살 만하지만, 이마저 확보하지 못한 건설사는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