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공동 연구진이 빛에 반응하는 인공 신경을 개발, 실제 생물체의 근육과 동일한 원리로 인공 근육을 제어하는 데 성공했다. 생물체처럼 움직이는 로봇의 감각·운동 시스템이나 신경 보철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태우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와 제난 바오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 연구팀은 공동 연구를 통해 생물체의 감각과 운동 신경을 모사하는 신축성 인공 신경을 개발했다고 26일 밝혔다.

왼쪽부터 이태우 교수와 제난 바오 교수, 이영준 서울대 박사(제1저자)와 오진영 스탠퍼드대 박사(제1저자, 현 경희대 교수).

생물체의 독특한 구조나 기능을 모방하는 생체모사 공학은 인공지능과 로봇공학의 핵심 기술이다. 뇌의 신경계를 모사하는 뉴로모르픽(neuromorphic) 반도체나 인체의 운동 기관을 모사하는 소프트 로봇 연구가 대표적이다. 뉴로모르픽 연구는 기존 컴퓨터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연구가 활발하지만 감각이나 운동 신경계를 모사하는 연구는 아직 초기 단계다.

연구팀은 빛에 반응하는 인공 신경을 이용해 인공 근육을 제어하는 인공 감각·운동 신경을 구현했다. 인체에 있는 빛 수용체를 그대로 따라하는 광센서와 생체 시냅스를 모사하는 신축성 유기 나노선 인공 시냅스, 생체 근육 섬유를 모사하는 고분자 장치로 구성됐다.

인공 시냅스는 인공 빛 수용체(광센서)의 신호를 전달받아 인공 근육 섬유를 자극한다. 이때 생체 근육의 수축 원리를 모사해 인공 근육 섬유의 수축을 제어한다.

연구진은 또 빛으로 모스부호를 입력해 간단한 메시지를 전달함으로써 광무선 통신을 이용한 사람과 로봇의 새로운 의사소통 수단을 제시했다.

생물체의 신경 구조(위)와 인공 신경(아래)의 비교 모식도.

이번 인공 감각·운동 신경에 활용된 유기 나노선 기반의 신축성 인공 시냅스는 100% 늘어나도 원래의 전기적 성질을 유지하기 때문에 소프트 로봇 및 신경 보철에 적용이 가능하다. 목적에 따라 화학적으로 분자 구조를 제어해 전기적·기계적 특성을 조절하기 쉽다는 게 특징이다. 차세대 생체모사 장치, 소프트 로봇, 신경 보철 개발을 앞당길 것으로 기대된다.

이태우 교수는 "저전력, 자가발전(self-powered)으로 구동되는 신축성 인공 감각·운동 신경은 가까운 미래에 생물체처럼 움직이는 로봇을 개발하는 데 적용될 수 있다"며 "재료·전자·화학·기계·생체 공학의 융합 연구로 탄생한 이번 연구 성과는 알츠하이머, 파킨슨, 루게릭과 같은 질환을 완화하거나 치료하는 보철 장치 개발에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할 것"이라고 연구의 의의를 설명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 최신호에 발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