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산업은 한국의 미래 성장 동력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글로벌 경쟁력은 해마다 하락하고 있다. 규제로 인해 바이오 기술이 시장에서 제때 상용화되지 못하는 점이 경쟁력 저하의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미국 과학 전문 매체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이 지난달 14일 규제 환경과 연구 인프라를 기준으로 매긴 올해 바이오산업 경쟁력 순위에서 한국은 조사 대상 54국 중 26위를 기록했다. 우리보다 바이오산업에 늦게 뛰어든 아랍에미리트(24위)에 처음 추월당했고, 중국·대만(공동 27위)·말레이시아(30위)와의 격차도 좁혀졌다. 한국은 바이오산업 경쟁력 조사가 처음 시작된 2009년(15위) 이후 매년 순위가 하락하고 있다.

한국은 이번 조사에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 연구·개발(R&D) 투자는 9.9점(10점 만점)으로 최고 점수를 받은 반면 '바이오 기업 성과'(생산성)에서 최하점인 0.1점을 받았다. 보고서에서는 '한국은 바이오 논문 발표가 세계 9위로 높지만 원격 의료처럼 규제로 인해 관련 기술이 산업 현장에서 빛을 보지 못하는 등 기술 활용도가 낮다'고 분석했다. 최근 바이오산업 투자가 크게 늘고 있지만 애써 개발한 기술이 적절한 곳에 쓰이지 못하거나 규제에 막혀 산업으로 연결이 잘 안 되고 있다는 뜻이다.

업계에서는 최근 제약·바이오 기업 R&D 비용 회계 처리 기준 강화와 삼성바이오로직스 사태로 인해 성장세에 접어든 'K(코리아) 바이오' 경쟁력이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중국·아랍에미리트 등 신흥국은 신약 승인 규제 완화로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며 "우리도 바이오 기업 성장을 가로막는 악재를 빨리 털어내고 글로벌 시장 선점을 위한 전략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