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SK텔레콤·KT·LG유플러스 같은 통신 3사가 인터넷(IP)TV 사업에서 재미를 보면서 IPTV 콘텐츠 강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하지만 유튜브나 넷플릭스라는 강력한 경쟁자가 있고, 5세대(G) 통신이라는 모바일을 한층 강화시킬 기술이 곧 상용화되면 IPTV 사업의 근본인 TV가 더욱 배제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있다. 내수시장을 노린 ‘안방싸움’이 아니라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통신 3사, IPTV 급격한 성장세로 ‘함박웃음’

SK브로드밴드는 신 기술 개발로 8K급 대용량 실시간 IPTV 트래픽 전송이 가능해졌다고 19일 밝혔다.

방송통신위원회의 ‘2017 회계연도 방송사업자 재산상황’을 보면 방송 매출은 2016년보다 3.8% 증가한 16조5102억원 기록했다. 매출 점유율 중 지상파가 2016년 25.1%를 차지했었지만 2017년 22.3%로 감소했다. 종합 유선 방송 사업자도 13.6%에서 12%로 감소했다. 반면 IPTV는 15.3%에서 17.7%로 늘었다.

매출도 비슷한 상황이다. 지상파나 종합 유선 방송 사업자 매출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예를 들어 MBC는 2016년보다 19.76% 하락한 6655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IPTV는 급성장 중이다. KT는 17.4% 증가한 1조2172억원, SK브로드밴드는 21.3% 증가한 9616억원, LG유플러스는 24.8% 증가한 7464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통신 3사는 IPTV 강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상태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의 지상파·종합 유선 방송 사업자·IPTV 매출 현황. 위성방송과 방송채널사용사업자 같은 타 방송사업 매출 점유율은 추가하지 않음.

SK브로드밴드는 8K 고화질(UHD)급 대용량 실시간 IPTV 트래픽 전송이 가능한 기술을 개발했다고 19일 밝혔다. 8K UHD급은 기존 4K UHD급보다 4배 이상 선명한 차세대 초고화질 방송으로 2019년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LG유플러스는 미국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넷플릭스’ 콘텐츠를 IPTV를 통해 14일부터 제공하고 있다. 또 앱과 연동된 ‘U+아이돌라이브(Live)’·’U+골프’·’U+프로야구’ 같은 콘텐츠로 IPTV와 모바일과의 연계 확대에도 나서고 있다. U+아이돌Live는 좋아하는 아이돌의 무대를 골라볼 수 있는 연예 서비스다. U+골프·U+프로야구는 각각 원하는 경기 장면이나 데이터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스포츠 서비스다.

KT는 가상현실(VR) 기기를 통해 인터넷(IP)TV 채널을 볼 수 있는 KT의 ‘기가라이브 TV’를 4일 출시했다. 스마트폰이나 TV와의 별도 연결 없이 360도로 IPTV 실시간 채널을 볼 수 있다. 100여개의 실시간 채널과 18만여편의 주문형비디오(VOD) 영상 시청이 가능하다.

◇ "내수시장 안주하다간 유튜브·넷플릭스에 밀릴 수도"

넷플릭스는 19일부터 LG유플러스 IPTV에서 콘텐츠를 제공한다.

일각에서는 5G가 상용화되면 모바일에서 초고화질의 영상 시청이 원활해지면서 TV가 설 자리를 아예 잃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방송통신위원회가 741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17 방송 매체 이용행태’를 보면 일상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필수 매체로 스마트폰을 선택한 비율은 56.4%(4182명)를 기록했다. TV는 38.1%(2825명)를 기록했다.​ 재난 시 의존하는 매체도 스마트폰(57.1%·4234명)을 선택한 비율이 TV(38.5%·2855명)보다 높았다.​

국내 내수시장에 안주하다 보면 유튜브나 넷플릭스에 밀릴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일부 방송업계는 넷플릭스나 유튜브와의 정면승부보다 국내 미디어 산업 보호를 외치며 내수시장 경쟁에 시선이 몰려있다.

지상파 방송사 이익 단체 ‘한국방송협회’는 21일 성명서를 통해 "LG유플러스의 넷플릭스 연동형 서비스는 국내 미디어 산업 전반을 파괴하는 뇌관이 될 것이다"며 "악의적 제휴를 철회하고 정부는 국내 미디어 산업 보호를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해외 업체의 국내 진출을 영원히 막을 방법은 없다. 시청자의 선택권을 제한한다는 지적도 있다. 국내 산업 보호도 중요하지만 이같은 안방싸움보다 콘텐츠 강화를 통한 정면승부를 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예를 들어 유튜브는 국내 웹소설 기반의 드라마 ‘탑매니지먼트’를 오리지널 콘텐츠로 만들어 국내에서 제공하고 있다. 넷플릭스의 ‘기묘한 이야기’ 같은 오리지널 콘텐츠는 이미 마니아층을 확보한 상태다. 2017년 매출만 110억달러(약 12조4421억원)가 넘는다. 2018년 상반기 콘텐츠 제작·수급에 약 80억달러(약 9조488억원) 투자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다른 플랫폼에는 없는 콘텐츠로 소비자들을 유혹하는 전략이다. 국내 방송시장도 이같은 오리지널 콘텐츠 강화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김진경 한국케이블TV협회 국장은 "유료방송 시장은 결국 내수 시장이기 때문에 한계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며 "통신 3사는 규모가 큰 전국 사업자로서 오리지널 콘텐츠 강화 같은 글로벌 비즈니스 사업에 도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 IPTV 투자로 미래 IoT 시장·콘텐츠 시장 점령 가능할 수도

2020년에는 300억개의 사물들이 인터넷과 연결돼 쓰일 것으로 전망된다.

한 전문가는 스마트폰으로 영상 소비를 많이 하고 있지만, 질 높은 콘텐츠 파생·오리지널 콘텐츠 투자 측면에서 IPTV 투자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통신 3사의 셋톱박스를 활용한 IPTV 투자는 미래 사물인터넷(IoT) 시장과 콘텐츠 시장을 대비한 긍정적인 전략으로 평가했다.

실제 IoT 시장 잠재력은 크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마키나 리서치’는 세계 IoT 시장이 2022년까지 연평균 21.8% 성장하고 1조2000억달러(약 1356조원)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2020년까지 300억개의 사물들이 인터넷과 연결돼 쓰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 교수는 "사실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많이 보고는 있지만 대부분 짧은 동영상이고 모든 콘텐츠를 소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IPTV는 질 높은 콘텐츠 파생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 또 IPTV는 가정 내에서 셋톱박스 역할을 하면서 나중에 IoT 시장이나 스마트홈 시장의 중심축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측면에서 미래 IoT 시장과 콘텐츠 시장을 동시에 바라보고 움직이는 통신 3사의 전략은 적절한 움직임으로 보인다. 하지만 결국 성과를 가르는 건 오리지널 콘텐츠 여부이기 때문에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에 집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