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격자 스펙이 어떻게 되나요?" "재수 도전합니다."

삼성전자가 미취업 청년들에게 1년간의 소프트웨어(SW) 집중 교육과 1200만원의 수당까지 제공하는 '삼성 청년 SW 아카데미'가 취업 준비생들 사이에서 대기업 입사 수준의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심지어 이 프로그램 합격을 위한 사(私)교육까지 생겼다.

삼성은 올해부터 5년간 총 1만명 교육을 목표로 현재 올해 몫인 1000명 선발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이달 2일까지 지원서를 접수했고 현재 SW적성진단 시험 통과자를 대상으로 면접을 보고 있다. 삼성 측은 "경쟁률은 공개하기 어렵지만 예상보다 많은 청년이 지원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대기업 뺨치는 지원 열기

21일 현재 온라인 취업 카페에는 '삼성 청년 SW 아카데미'에 대한 글들이 수두룩하게 올라와 있다. 시험 통과자의 스펙이나 자기소개서 내용, 면접 후기를 묻는 글들이다. '전자과 14/15, 5/5 합격입니다' '비전공자 11/15, 4/5 떨어졌습니다'처럼 암호 같은 댓글도 많다. SW 적성진단은 두 과목(수리·추리 논리능력, 컴퓨팅 사고)으로 각각 15문제, 5문제가 출제됐는데 몇 개씩을 풀었는지와 대학 전공을 공개한 것이다. 일부 수험생들은 삼성그룹의 대졸 신입사원 채용을 위한 삼성 직무적성검사(GSAT)와 문제 유형이 비슷했다는 후기를 올리기도 했다. 마치 대기업 입사를 준비하듯 소프트웨어 아카데미 면접 준비를 함께 하자는 스터디 그룹 모집 글도 활발하게 올라오고 있다.

서울의 한 사교육 업체는 지난달 '삼성 청년 SW 아카데미' 대비반까지 개설했다. 이 업체는 자기소개서 작성법과 SW 적성진단 대비, 코딩 교육, 면접 대비 특강을 5일 동안 가르치고 75만원을 받는다. 업체 측은 "비전공자들은 소프트웨어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있기 때문에 합격을 위한 최적화 과정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삼성 청년 SW 아카데미에는 취업에 실패한 젊은이가 많이 지원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 지원자는 "하반기 서류 심사에서 거의 다 떨어지고 공백기를 줄이기 위해 지원했다"는 글을 인터넷 취업 카페에 올렸다.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좋은 취지로 시작했는데 지원자들이 너무 많이 몰려 과열되는 것도 부담스러운 일"이라는 말도 나온다.

무료 교육에 1200만원 수당까지

이 프로그램은 삼성전자가 청년 실업 해소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마련한 것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는 차원에서 청년들에게 양질(良質)의 소프트웨어 교육을 제공해 이들의 취·창업을 돕겠다는 뜻이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이사회를 열고 이 프로그램 운영비로 5년간 총 4996억원을 투입하는 방안을 의결했다.

청년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것은 삼성전자가 '삼성이 배출하는 인재라는 생각으로 1년간 강도 높게 최고의 교육을 시키겠다'고 밝힌 데다, 월 100만원씩 1년간 총 1200만원의 수당까지 별도로 지급하기 때문이다.

국내 대기업들이 청소년·대학생을 상대로 무료 소프트웨어 교육을 제공한 사례는 기존에도 많이 있었지만 교육 지원비까지 주는 경우는 처음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정부가 해야 할 일을 사회적 책임이라는 명분 아래 기업이 떠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올해 지원 기간은 이미 종료됐고 내년 10월쯤 내년 몫인 2000명의 교육생을 추가로 선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