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투자가들이 코스닥시장에서 연일 순매도 공세를 펼치는 와중에도 미디어·콘텐츠 관련주만큼은 집중적으로 사들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각종 대외 악재에 코스피 대형주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실적 전망이 밝은 코스닥 중·소형주가 기관의 선택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기관은 코스닥시장에서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20일까지 15거래일 연속 ‘팔자’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이 기간 기관의 코스닥시장 순매도 규모는 총 1조1389억원에 이른다.

기관은 11월 내내 코스닥시장에서 발을 빼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지만,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는 실적주는 적극 매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달 1일부터 20일까지 기관이 코스닥시장에서 순매수한 상위 종목을 살펴보면 콘텐츠 제작업체 스튜디오드래곤(253450)이 179억2400만원으로 1위를 차지했다. 게임빌이 114억6800만원으로 스튜디오드래곤의 뒤를 이었다.

반도체 업체 원익IPS(240810)(96억600만원)와 엔터테인먼트 기업 에스엠(041510)(85억8000만원), 인터넷 방송 업체 아프리카TV(83억2100만원)가 각각 3~5위로 집계됐다. 원익IPS를 제외한 나머지 4개 기업이 미디어·콘텐츠 관련 회사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콘텐츠 관련 종목이 미·중 무역분쟁 이슈로부터 떨어져 있어 하방 압력을 덜 받을 뿐 아니라 실적 전망도 긍정적이어서 기관투자가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스튜디오드래곤의 경우 올해 매출액이 지난해보다 30% 증가한 3716억원, 영업이익은 65% 늘어난 571억원으로 예상된다. 김아영 골든브릿지투자증권 연구원은 "넷플릭스 등 해외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 플랫폼과의 협업으로 스튜디오드래곤의 성장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은 넷플릭스와 판매 계약을 완료했고, ‘좋아하면 울리는’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버전으로 제작되고 있다"고 말했다.

게임빌은 올해 말부터 내년까지 코스모 듀얼·엘룬·NBA NOW 등의 신작을 내놓으며 성장 가도를 달릴 것으로 전망된다. BNK투자증권은 게임빌의 올해 4분기 매출액을 전 분기보다 106% 증가한 475억원으로 예상했다. 에스엠도 지난 3분기에 이어 4분기에도 영업이익 최대치를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

송재경 흥국증권 연구원은 "빌보드200에서 엑소(EXO)와 엔씨티127(NCT127)이 각각 23위, 86위를 기록하는 등 글로벌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면서 "에스엠의 4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8% 늘어난 140억원, 매출액은 22% 증가한 1756억원을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증시 전문가들은 미국의 금리 인상과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 신흥국 경기 침체 등 현재진행 중인 외부 악재의 여파로 한국 기업들이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쉽지 않은 한 해를 보낼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런 녹록지 않은 환경에서는 빠르게 성장 중인 중·소형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이경수 하나투자증권 연구원은 "지수가 박스권에 갇힌 현 상황에서는 호실적을 기록한 종목 위주로 투자 대상을 찾게 된다"며 "코스피 대형주의 성과가 부진하다 보니 코스닥 중·소형주 가운데 옥석 가리기에 나서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