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파이가 작아지는' 시대로 갑니다. '부동산 불패' '주식 장기 우상향'이라는 과거의 투자 법칙을 버리세요."

옛 대우증권에서 사장을 지낸 홍성국 혜안리서치 대표는 '증권계의 미래학자'로 통한다. 경제학자 이상으로 경제를 진단하고, 넓고 긴 시야로 미래를 내다본다는 평가를 받는다.

홍 대표는 19일 본지 인터뷰에서 "앞으로는 나눠 먹을 파이가 작아지는 '수축 사회'가 올 것"이라고 했다.

다음 달 7일 재테크 박람회에서 첫 강연을 펼칠 홍성국 혜안리서치 대표는“일본 버블이 터진 후 28년 동안의 일본 자산 시장 흐름을 참고해서 앞으로 한국 투자자들이 모르면 손해 보는 체크포인트를 꼼꼼하게 짚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르네상스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수백년 동안은 파이가 점차 커지는 '팽창 사회'였고, 이후 10년은 파이가 늘지 않아 한 입 더 먹으려면 남의 몫을 빼앗아야 하는 과도기였다"며 "앞으로는 인구가 줄어들고, 4차 산업혁명에 따라 일자리가 줄면서 세계적으로 수요 부진 문제가 심각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양극화로 인해 글로벌 곳곳에서 갈등이 치열해지고, 정부의 시장 개입이 늘어나는 것도 결국 파이가 늘어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홍 대표는 "이제까지 알던 재테크 기법은 버리고, 과거의 전문가도 믿지 마라"고 말한다. 우리 사회 시스템은 인구 증가를 전제로 설계되어 있지만, 이제 기존 시스템은 변한다는 것이다. 물론 세계경제가 아무리 어려워져도 좋아지는 국가와 회사가 있고, 짧게나마 탈 수 있는 '파도'는 있다고 했다. 홍 대표는 다음 달 열리는 '2019 대한민국 재테크 박람회'에서 7일 첫 강연자로 나서 수요 부진 시대의 자산 관리법에 대해 강연한다.

◇"묻지마 식 장기 투자는 버려라"

홍 대표는 "장기 투자는 하지 말라"고 힘줘 말한다. 그는 "파이가 절로 커지던 예전에는 '묻어두는' 장기 투자가 효과가 있었다"며 "하지만 파이가 줄어드는 세상에서는 '장기적 우상향'을 확신할 수 없다"고 했다. 방망이를 짧게 잡고, 단기 고점이나 목표 수익률을 달성했을 때 차익을 챙기라는 조언이다. 그는 "일본 버블이 터진 지 28년이 됐는데도 아직도 주식시장이 1990년 고점을 회복하지 못했다"며 "그래도 불황 중 3~4년꼴로 주가가 반등하는 현상이 나타난 점을 참고하라"고 했다.

투자 대상으로는 4차 산업혁명 등 시대 변화를 읽는 기업, 반독점 규제를 받지 않을 정도의 독과점 기업 등을 꼽았다. 될성부른 기업을 고르는 방법을 묻자, "고정관념을 버리라"는 답이 돌아왔다. 홍 대표는 "집에서 요즘 간편 음식을 간단하게 먹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집에서 요리하지 않으면 주방 크기는 어떻게 변할까' '가전 회사는 어떻게 될까' 이런 질문을 끊임없이 던져보라"고 했다.

◇"정치가 후진 나라는 피하라"

버블 붕괴 이후 일본 투자자들은 호주나 베트남 등 신흥국에 투자해 수익을 올렸지만, 수축 시대에서는 이야기가 다르다. 그는 "2002년 처음 등장한 브릭스(BRICs·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을 일컫는 용어)라는 단어는 딱 6년 갔고, 중국 경제도 흔들리고 있다"며 "이머징 마켓에 대한 환상을 버리라"고 했다. 특히 정치판이 '삼류'인 나라에는 투자하지 말 것을 주문했다. 결국 국민 신뢰 등 사회적 자본이 부족한 나라의 경제는 좋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미 신흥국에 투자했다면 단기 고점에서 정리해 차근차근 비중을 줄이라고 했다. 아예 차라리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영·미권으로 눈을 돌리는 방안도 조언했다.

◇"주가 대신 금리를 봐라"

홍 대표는 중요한 거시지표로 '금리'를 꼽았다. 그는 "금리는 돈의 가격으로, 장기 금리는 경기 방향성을 보여준다"며 "주식 투자에 관심이 있다면 주가를 보지 말고,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보내는 신호를 읽어라"고 조언했다. 그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각국이 경기 부양을 위해 많은 돈을 풀었고, 이에 역사적으로 부채가 많은 상황"이라며 "금리가 오르면 주식 시장에 충격이 온다"고 했다. 그는 "올해 초에도 미 10년물 금리가 3%대로 급등하자 주식 시장이 요동쳤고, 최근 세계 주식 시장 약세도 같은 원인"이라며 "지금 글로벌 금융시장은 3%대 금리를 견딜 수 있는지 아닌지 시험대에 오른 상황"이라고 했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만큼 현금 보유 비중을 늘리라는 조언도 나왔다. 현금이 있으면 어떤 상황이 닥쳐도 좀 더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원화로 전액 가지고 있으면 안 된다고도 했다. 그는 "2004년부터 한국 경제 성장률이 세계 평균을 밑돌고 있다"며 "당분간 원화와 미국 국채나 달러 예금 등 달러를 함께 가지고 있는 것이 좋다"고 했다.

◇"강남 집값은 홍콩보다 낮아야 정상"

한국인의 주된 투자 수단인 '부동산'에 대해서는 지난 2년 같은 상승장은 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강남 불패론'에 대해서도 "강남 집값이 홍콩보다 높을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홍콩·싱가포르·뉴욕·런던은 전 세계 부호들이 몰려드는 곳이라는 점을 고려해볼 때, 강남 집값이 이들보다 한 단계 낮을 수밖에 없다"며 "강남 집값이 평당 7000만~8000만원 정도면 이미 적정 수준에 도달했다고 본다"고 했다. 단, 일본 같은 부동산 폭락은 오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그는 "일본은 심각한 자산 거품 이후 그 거품이 붕괴된 것"이라며 "한국 자산 시장에 그 정도로 거품이 끼지는 않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