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는 인구 60만명의 지방도시가 아닌 연간 1100만명이 찾는 관광도시라는 관점에서 봐야 합니다."

지난 19일 전북 전주시에서 만난 전은수(50) 자광 대표는 "높이 430m의 '익스트림타워'가 완공되면 필수 관광 코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개발회사인 자광은 지난달 전주의 전북도청사 바로 옆 대한방직 공장 터 21만6000㎡(약 6만5000평)를 1980억원에 사들이고, 이곳에 143층 규모의 타워를 포함, 호텔(350실)·아파트(3000가구)와 백화점·컨벤션센터를 갖춘 복합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2조5000억원이 투입되는 사업이다. 잘 알려지지 않은 시행사가 지방도시에 중국 상하이의 동방명주탑(468m) 버금가는 높이의 타워를 짓겠다고 나서자 지역사회에선 사업성이 있는지, 자광이 정말 완공할 의지가 있는지 등을 두고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19일 전북 전주시에서 만난 전은수 자광 대표는“여수나 목포를 가다 잠깐 들르는 경유지인 전주에 타워가 생기면‘종착지’가 될 것”이라며“관광 소비도 크게 늘어 지역경제도 활성화된다”고 말했다.

사업성 논란에 대해 전 대표는 "세계적인 관광도시에 타워가 없는 곳이 드물다"며 "전주를 찾는 관광객은 경주의 두 배 가까운 수준"이라고 했다. 전 대표의 계산은 이렇다. 세계적인 타워의 상층부 전망대 입장료는 평균 3만원 안팎이다. 한 해에 전주를 찾는 관광객의 20%(약 220만명)만 전망대에 오른다고 가정해도 입장 수익은 660억원에 이른다. 여기서 타워 관리비(150억원), 각종 세금(100억원)을 뺀다고 해도 4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남는다는 계산이다.

타워가 생기면 관광객 수도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2012년 일본 도쿄 외곽에 스카이트리 타워(643m)가 들어선 후 이 일대를 찾는 관광객이 늘며 상권이 살아났다"며 "여수나 목포를 가다 들르는 경유지인 전주에 타워가 생기면 '종착지'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상업시설·호텔 등은 준공한 뒤 판매할 예정이지만, 아파트는 분양할 것이기 때문에 실공사비는 1조3000억~1조4000억원 수준으로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고 했다.

전 대표는 2006년부터 경기도권에서 디벨로퍼(부동산 개발사업가)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충남 서산 출신인 전 대표는 10대 시절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서산방조제 물막이 공사에서 유조선을 활용해 유속(流速)을 잡는 모습을 보며 건설산업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했다. 서울에서 내려온 현장소장이 그의 집에서 하숙한 인연으로 유조선 위에도 올라가 봤다. 그는 "디벨로퍼란 말 자체가 생소하던 시절이었지만, 관련 분야 공부를 하며 건설사에도 입사했다"고 했다.

그가 근무하던 건설사는 2004년 부도가 났다. 경기도 용인에서 진행 중이던 아파트 공사도 멈췄다. 전 대표는 "부도는 무리한 해외 투자 탓이었는데, 입지가 좋은 국내 주택 사업까지 멈추며 지역의 흉물로 전락한 상황이었다"고 했다. 2600억원에 경매에 나온 이 부지는 유찰을 거듭하다 500억원대로 떨어졌다. 수중에 2000만원뿐이었지만, 투자금을 끌어모아 부지를 매입한 전 대표는 이곳에 다시 아파트를 지어 분양했다. 이 사업으로 인한 순이익만 1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전 대표의 주택 개발사업은 점점 규모가 커졌다. 분양업계에 따르면 최근 전 대표가 시행한 용인 성복역 롯데캐슬은 1조2000억원 이상의 매출에 약 2000억원의 수익을 냈다.

전 대표가 주택사업에서 복합개발로 눈을 돌린 것은 말레이시아에 방문했다가 쿠알라룸푸르 외곽에 있는 복합리조트 '겐팅하이랜드'를 방문하면서다. 불모지나 다름없던 지역에 복합리조트가 들어서며 일대는 대표 관광지가 됐고, 지역민들의 생활수준도 향상됐다. 전 대표는 "단순히 집을 짓는 것과 달리 일자리를 만들고 지역을 발전시키는 사업을 찾던 중 전주 대한방직 공장 터가 눈에 들어왔다"고 했다.

전주시는 최근 공론화위원회를 조직해 시민들의 의견을 반영해 대한방직 부지 용도 변경을 포함한 사업 승인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복합개발을 위해선 주민들의 동의가 필요한 셈이다. 일각에서 "공업지역에서 상업지역으로 용도 변경을 받은 뒤 사업을 축소하거나 부지를 분할 매각해 돈을 벌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그는 "지구단위 계획을 수립할 때부터 하나의 덩어리로 묶이기 때문에 (분할매각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