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중국 스마트폰 사업이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19일 미국의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 3분기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70만대를 판매해 시장점유율 0.7%를 기록했다. 스마트폰 판매 수량과 점유율 모두 역대 최악의 기록이다. 화웨이·오포·비보·샤오미 등 중국 주요 업체는 물론이고 샤오라지아오·슈가·CMCC 등 군소 업체들에도 뒤처져 시장점유율 순위는 11위에 그쳤다. 삼성전자는 2014년 1분기만 하더라도 중국에서 시장점유율 19%를 기록하고, 판매량 역시 1800만대에 육박했다. 하지만 2015년 2분기에 판매량 1000만대 고지를 내준 데 이어 올 2분기부터는 판매량이 100만대에도 미치지 못하면서 시장에서 영향력을 완전히 잃었다. 스마트폰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최근에는 중국 현지 기업에 위탁 개발·생산을 맡기는 방식까지 도입했지만 아직은 눈에 띄는 성과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고가는 애플, 중저가는 현지 업체에 밀린 삼성 스마트폰

삼성전자는 중국에서 기존 제품군인 갤럭시S·노트, 갤럭시A·J 시리즈뿐만 아니라 현지 전용 모델인 갤럭시S 라이트(Lite)와 초고가 폴더형 스마트폰인 갤럭시W 2019까지 판매하고 있다. 이처럼 라인업을 다각화하면서 중국을 공략하고 있지만 오히려 모든 제품이 미국 애플, 중국 현지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완전히 밀리는 상황이다.

우선 고가폰 시장에서는 갤럭시S와 노트 시리즈가 애플의 아이폰에 시장을 뺏겼다. 애플은 올 3분기에만 아이폰X(텐), 아이폰XS 등을 통해 790만대를 판매했다. 같은 기간 애플이 중국과 대만, 홍콩에서 벌어들인 매출도 114억1100만달러(약 12조8784억원)로 1년 전보다 16% 늘었다. 삼성은 중국에서 계속 역(逆)성장하는 반면, 애플은 고가 정책을 통해 매출을 계속 늘리고 있는 것이다.

중저가폰 시장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화웨이·샤오미 등 중국 업체들은 삼성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최첨단 기술을 탑재하고 성능을 키운 스마트폰을 선보이면서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화웨이의 아너8c는 가격이 1099위안(약 18만원)에 불과하지만 6.26인치 대화면에 후면 렌즈가 두 개인 듀얼 카메라를 장착했다. 샤오미의 미믹스3는 메모리 용량이 8GB(기가바이트)에 퀄컴의 최신 칩셋인 '스냅드래곤 845'를 장착했다. 하지만 가격은 3599위안(약 58만원)에 불과하다. 반면 삼성이 30만원대로 내놓은 갤럭시A8은 카메라 렌즈가 하나뿐이고, 화면 크기도 5인치대 제품이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에서 삼성이 뒤처지는 것이다.

제조 다변화부터 판매 전략 수정까지. 중국에 총력전 펴는 삼성

삼성전자‘갤럭시A6s’.

삼성전자는 중국에서의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제조 방식부터 판매 전략까지 모두 뜯어고치고 있다. 삼성은 지난 1일 자사 처음으로 ODM(제조업체 개발 생산) 방식을 적용한 스마트폰인 갤럭시A6s를 중국 시장에 출시했다. 이 제품은 중국의 윙테크가 기획부터 생산을 전담하고 삼성의 갤럭시 브랜드만 붙인 제품이다. 30만원 수준이지만 6인치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디스플레이에 듀얼 카메라를 장착해 성능을 키웠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비용은 줄이면서 중국 현지에 특화된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ODM 방식을 적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판매 전략은 온라인 위주로 전환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현지 2위 전자상거래 업체인 JD닷컴과 손잡고 삼성 스마트폰의 전용 판매 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스마트폰을 직접 구매하는 소비자가 많은 중국 시장의 특성을 반영한 것이다. 서강대 정옥현 교수(전자공학)는 "반전을 노리기 위해서는 완전히 새로 시작한다는 자세로 시장을 공략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