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임원 인사가 임박한 가운데 산업은행이 올해 초 매각 실패의 원인이었던 해외 발전소 손실과 관련한 임원들을 교체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확인됐다. 대우건설 대주주인 산업은행은 올해 초 호반건설에 대우건설(047040)을 매각하려 했지만, 모로코 사피 발전소 프로젝트에서 3000억원 규모의 손실이 예상치 못하게 발생하면서 매각 작업이 무산된 바 있다.

매각 무산 이후 산업은행은 대우건설의 본부장급(전무) 임원 12명에 대한 면담을 진행한 뒤 6명을 해임했다. 당시 건설업계와 금융권에서는 산업은행이 대우건설 임직원들에게 경영 정상화에 대한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해석했다.

대우건설은 조만간 임원 인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 같은 대대적인 임원 교체도 원래 계획보다는 규모가 축소된 것으로 확인됐다. 산업은행 고위관계자는 18일 "당초 해임 대상은 6명이 아니라 8명이었다"며 "해외플랜트와 관련해서 뒷수습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해서 관련 임원 2명을 바로 해임하지 않고 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대우건설에서 해외플랜트와 리스크 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 임원들은 지난 3월 인사에서 유임됐다.

매각 작업이 무산된 이후 대우건설은 실적이 개선되는 등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올 3분기 대우건설 영업이익은 1915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68.6% 증가했다. 올 들어 3분기째 흑자를 내고 있다. 지난 6월 취임한 김형 사장이 비교적 조직을 안정적으로 추스르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가오는 임원 인사는 김 사장 취임 이후 처음으로 진행하는데다 본부장급 임원 중 공석이 많은 만큼 큰 폭의 인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해외플랜트 부실도 정리가 끝난 만큼 지난 3월 인사에서 유임된 관련 임원들이 이번 정기 임원 인사에서 교체될 가능성도 크다.

다만 대우건설이 안정을 찾아가는 것과 별개로 매각 작업은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대우건설 주가는 4800원 수준으로 올해 초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호실적에도 주가는 지지부진하다. 산업은행 고위관계자는 "지난번 매각 작업을 진행할 때 국내외에 있는 모든 인수 의향자에 태핑(수요조사)을 해서 호반건설을 택한 것"이라며 "지금은 팔고 싶어도 팔 데가 없는 상황이라 2~3년 정도는 경영을 잘 한 뒤에 다시 매각 작업을 진행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