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이 바뀌었다고 전혀 다른 결론을 내렸다. 이게 나라냐."

고의 분식 회계 혐의로 15일부터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바')의 주식 거래가 중단되면서 3조5000억원의 투자금이 묶인 8만여 소액주주들이 단단히 뿔이 났다. 이들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과 포털 카페 등에 금융 당국을 성토(聲討)하는 글 수백 건을 올리며 격한 반응을 보였다. 삼바에 따르면 이 회사의 소액주주 수는 8만175명으로 전체 시가총액(22조1322억원)의 16%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정부의 심의 절차가 진행되는 짧게는 42일, 길게는 1년까지 투자금이 꼼짝없이 묶인 데다 최악의 경우 상장폐지까지 당할 수 있는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틀 만에 삼바 소액주주들의 청원 50여 건이 올라왔다. 특히 주주들은 2년 전 '회계 처리에 문제없다'던 결정을 번복한 금융 당국을 집중 성토했다. 한 청원자는 "금감원·금융위·거래소가 면밀히 심사해 코스피에 상장시켰고 일반 투자자들은 대한민국의 금융 시스템을 믿고 투자했는데 정권이 바뀌었다고 고의 분식 회계라는 정반대의 결정을 내릴 수 있느냐"고 비판했다. 소액주주 인터넷 카페에서는 "상장폐지되면 삼성은 모든 계열사를 정리하고 한국을 떠나야 한다"는 격한 반응까지 나왔다. 반대로 삼바에 대해 "고의로 분식 회계를 한 만큼 철저히 수사하고 결과에 따라 상장폐지도 불사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한국의 차세대 먹거리인 바이오 산업의 양대(兩大) 기업 중 하나인 삼바가 휘청이면서 한국 바이오 산업 전체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란 우려도 나왔다.

소액주주들은 회사와 금융 당국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민사소송 준비에 나섰다. 해당 소송건을 맡은 법무법인 한결의 김광중 변호사는 15일 "이미 300여 명의 개인 투자자들로부터 위임을 받았고 이달 중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라면서 "일단은 삼바와 외부 감사를 맡았던 삼정회계법인이 대상이고 삼성의 행정소송 결과에 따라 금융감독원에 대한 소송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