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코스피가 급락하면서 외국인 투자자의 '팔자' 공세가 거셌지만 일부 우선주에서만큼은 순매수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말 배당 시즌이 가까워지면서 우선주의 장점이 부각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선주는 보통주와 대비되는 개념으로 종목 이름 뒤에 '우'가 붙어 있으면 우선주를 뜻한다. 보통주에는 의결권, 이익 배당 청구권, 잔여 재산 분배 청구권 등 세 가지 권리가 있는데 우선주는 이 가운데 의결권이 없는 주식을 말한다. 이 때문에 대체로 우선주 주가는 보통주보다 낮지만 대신 배당을 더 받는 이점이 있다. 국내 증시의 지지부진한 흐름에 지친 투자자들도 우선주의 매력에 눈을 돌리고 있다.

◇외국인, 삼성전자 우선주 쓸어담아

외국인 투자자들은 최근 국내 주식시장에서 순매도 행진을 벌이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1개월(14일 기준)간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이 팔아치운 주식이 1조8595억원어치에 달한다. 지난달 미국 시장 금리 급등, 미·중 무역 갈등 등의 영향으로 코스피가 13% 넘게 급락한 영향이다.

하락 출발해 상승 마감한 코스피 - 코스피가 하락 출발한 15일 오전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딜링룸에서 한 딜러가 물을 마시고 있다. 코스피는 이날 20.01포인트(0.97%) 오른 2088.06을 기록했다.

하지만 외국인 투자자들은 국내 증시에서 자금을 빼면서도 일부 우선주는 쓸어담고 있다. 최근 한 달간 외국인이 국내 주식시장에서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삼성전자 우선주(1636억원)였다. 삼성전자 보통주를 2037억원어치 팔아치우는 동안 우선주는 오히려 보유 비중을 늘렸다. 우선주와 보통주에 대한 투자 심리가 정반대로 나타나고 있는 모습이다. 이 밖에도 외국인은 SK이노베이션, NH투자증권, LG생활건강 등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순매도세를 보이면서도 해당 기업들의 우선주는 순매수했다.

◇우선주, 배당수익률 높아

외국인 투자자들이 최근 우선주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연말 배당 시즌이 다가오기 때문이다. 보통 연초에는 주주총회를 앞두고 보통주의 의결권 가치에 관심이 쏠리지만, 연말로 갈수록 우선주의 배당 매력이 주목받는다. 통상 우선주는 보통주보다 주식 액면가의 1%의 배당을 더 받는다. 우선주는 보통주와 달리 의결권이 없어 보통주에 비해 할인된 가격에 거래되지만, 배당수익률(배당금을 주가로 나눈 것)은 보통주보다 높다. 투자한 금액 대비 받을 수 있는 배당금이 늘어난다는 의미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보통주 배당수익률은 평균 1%대에 그쳤으나 우선주의 배당수익률은 평균 2.7% 수준으로 나타났다.

최근 글로벌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배당수익률이 높은 종목에 투자하는 전략이 유효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가가 떨어지더라도 배당이라는 안전 마진이 확보돼 있어 손해를 일부 만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하는 등 주주 가치 제고 이슈로 많은 국내 기업이 배당 정책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도 우선주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기업 지분을 5% 이상 보유한 국민연금이 해당 기업에 배당 확대 등을 건의하면 기업에 큰 압박이 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최근 고배당주 펀드들도 보통주 대신 우선주를 늘리는 전략을 구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배승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우선주의 주가가 보통주보다 최대 40% 더 싼 반면 주당 배당금은 보통주보다 많아 배당수익률이 올라간다"며 "연말 배당 시즌이 다가오면서 고배당 우선주에 관심을 가질 때"라고 말했다. 보통주 대비 주가 괴리율이 큰 우선주 가운데 올해 실적이 좋고 배당을 확대할 여력이 있는 기업에 주목하는 게 좋다는 조언이다.

다만 우선주에 투자할 때는 주가 급등락의 위험에 주의해야 한다. 우선주는 보통주에 비해 유통 주식 수가 적어 호재가 있을 때 보통주보다 빨리 오르지만, 악재가 터지면 그만큼 급락할 가능성도 크다. 이른바 '작전 세력'의 시세 조종 타깃이 되기도 한다. 기업 실적과 관계없이 급등락을 반복하거나 보통주보다 가격이 비싼 우선주에 투자할 때는 유의하는 것이 좋다.